[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비슷한 흐름에,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성적이다.
세자르 곤잘레스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1일(한국시간)부터 4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3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 상대였던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캐나다, 미국, 태국을 만났는데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무득세트’로 4연속 셧아웃 패의 굴욕을 떠안았다. 지난해 VNL에서의 12전 전패에 이어 올해 역시 1주차에서도 승수를 쌓지 못하면서 16연패의 늪에 빠졌다.
확실히 세계무대의 벽은 높았다. 피지컬에서부터 오는 높이와 파워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4경기 동안 한국이 상대에게 내준 블로킹은 44개다. 한국이 블로킹을 잡아낸 건 15개로 내준 점수에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서브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4경기 동안 5개의 서브를 성공한 반면, 15개의 서브 에이스를 헌납했다.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서브와 블로킹에서 고전하다 보니, 경기서 주도권을 내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국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강세를 보였다. 리시브와 디그 기록이 모두 나쁘지 않았다. 리시브에서는 튀르키예와 캐나다, 미국 그리고 태국에 우위를 점했다. 디그도 마찬가지다. 튀르키예와 태국을 제외하면 공격을 걷어 올린 횟수가 더 많았다.
하지만 결정력에서 차이를 보이며 무너졌다. 공격에서 방점을 찍어야 하는데, 한방을 해결해 줄 선수가 없었다. ‘클러치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4경기를 치르면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튀르키예전에서의 정지윤(10점), 미국전에서 표승주(11점), 태국전에서 박정아(14점)뿐이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빈자리가 더 없이 커보인다.
특히 승부처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한국이 마냥 끌려간 것만은 아니다. 미국과 2세트에서는 7점차 리드를 잡으면서 23-18로 세트를 따내는 듯했지만 연속 실점하면서 단 2점을 채우지 못했다. 태국전도 마찬가지다. 세트 마무리 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디그 후 반격 과정에서 해결 능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가 됐다.
한국(점수득실 0.725)은 15위로 겨우내 최하위는 면했다. 16위 크로아티아(0.724)에 점수 득실률에서 0.001점 앞선 덕이다.
이제 2주차 일정에 접어든다. 브라질로 이동한 대표팀은 오는 15일 브라질을 시작으로, 일본(16일), 크로아티아(17일), 독일(19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