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대로라면 피차일반이다. LG가 샐러리캡으로 인해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 애를 먹는 것처럼, 다른 팀도 샐러리캡이 외부 FA 영입에 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전력 유지에 있어 최대 과제인 FA 임찬규, 함덕주 잔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영입 경쟁이 없다. 지난 25일 오후 기준으로는 그렇다.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FA 영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외부 FA 영입시 가격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영입 비용이 올라가며 영입 후에는 샐러리캡으로 인해 추가 전력 보강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한 구단이 임찬규 혹은 함덕주를 원한다면 LG가 제시한 금액보다 높은 규모의 계약을 내밀어야 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구단을 제외하면 임찬규 혹은 함덕주를 영입했을 때 샐러리캡 여유가 사라진다.

LG도 샐러리캡 기준선에 근접한 팀 중 하나인데 기준선을 초과하는 것도 염두에 둔 상태다. LG 차명석 단장은 “선수는 많이 받고 싶어 한다. 나도 많이 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협상테이블 분위기를 전하면서 “다들 샐러리캡이 찬 것 같다. 그래서 아직 경쟁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1년 전에는 정반대였다. FA가 된 주전 포수 유강남, 핵심 타자 채은성을 지킬 수 없었던 LG다. 영입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레이스에 임했다가는 향후 내부 FA 사수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번 겨울 임찬규, 함덕주, 오지환, 그리고 1년 후 고우석까지 줄줄이 FA가 된다.

고우석의 경우 포스팅을 통한 미국 도전을 승낙했으나 계약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포스팅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1년 후 고우석은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FA 자격을 얻는다. 고우석을 KBO리그 다른 팀에 내주지 않으려면 또 한 번의 대형 계약이 필요하다.

즉 여러모로 여유가 없었다. 임찬규나 함덕주를 두고 영입 경쟁이 벌어질 경우 특히 그랬다. 김재윤이 삼성과 FA 계약(4년 최대 58억원)을 체결하면서 FA 중간 투수 연쇄 이동이 벌어지나 했는데 김재윤의 원소속팀 KT가 외부 영입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함덕주를 지켜야 하는 LG, 홍건희가 잔류하기를 바라는 두산 두 팀이 청신호와 마주했다.

임찬규는 이번 FA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선발 자원이다.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만큼 선발 투수가 필요한 팀이라면 임찬규를 탐낼 것으로 보였다. 임찬규와 무관한 한 에이전트는 FA 시장 개장에 앞서 “유일한 선발 자원인 점이 임찬규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LG외에 한 팀이라도 임찬규 선수를 원한다면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적어도 한두 팀은 선발진 보강을 생각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FA 시장이 열렸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경쟁 구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1년 전 샐러리캡 때문에 울었던 LG가 샐러리캡 덕분에 웃을 수 있다.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게 FA 시장이라 확신할 수는 없으나 현재 스코어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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