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춘천=원성윤 기자] 개장 3년을 맞이한 레고랜드가 발이 묶였다. 춘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근처가 휑하다. 주변 시설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강원도지사가 바뀌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관광 업계에선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레고랜드는 아직 정식 준공 허가도 못 받았다. 강원도로부터 임시 사용 승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애초 강원도가 계획한 하중도 내 부지 개발 사업, 선사 유적 공원, 전시관 건립 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레고랜드 본사의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이 머뭇거린 사이 레고랜드 본사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제2의 도시 상하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레고랜드 리조트(31만8000㎡)가 지난 5일 개장했다. 이유가 있다. 바로 중국 고속철도망이다. 과거 차로 1시간 반경의 주변 지역만 영향권으로 봤지만, 고속철도망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상하이 주변 권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규모도 압도적이다. 일본 신칸센(3200㎞)의 15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레고랜드는 상하이에서도 주변부에 있다. 철도가 깔리면서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내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레고랜드도 교통망이 나쁘지 않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연장이 2030년 춘천까지 연장, 개통될 예정이다. 서울 청량리에서 춘천까지의 이동시간은 50분으로 줄어든다. 현재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춘천IC에서 차로 20분 거리다. 접근성은 충분하다. 인접한 서면대교가 건설되면 춘천역에서 차로 25분 걸리던 시간은 7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문제는 관광 클러스터를 묶어낼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천대 심창섭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레고랜드가 이런 식으로 단독으로 개발된 형태가 전 세계에 없다. 두바이 레고랜드는 주변에 숙박, 쇼핑, 문화 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 관광단지로 조성돼 있다”며 “정부를 비롯해 강원도가 힘을 합쳐서 투자유치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콘텐츠 바람을 이용할 필요도 있다. 지난해 약 1637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오징어게임’ 등 열풍으로 올해 한국을 찾을 외국인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심 교수는 “체류형 관광이 키워드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해야 한다. 강원도나 춘천시도 관광객이 숙박까지 해서 야간 관광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기반 시설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 투자 유치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젠 다르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에서는 민간 참여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강원중도개방공사에서 준공은 모두 마친 상태다. 다만 토지 분양을 받은 분들이 PF(Project Financing)를 일으켜야 하지만, 재원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분양 자금을 마련해서 건물을 짓기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레고랜드는 춘천의 새로운 관광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춘천의 명소이자 춘천을 대표하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관광 자원의 하나로 자리 잡기 위해 환경 보전과 지역 상생을 고려한 대승적인 차원의 하중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