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스포크AI 옥외광고, 뉴욕·런던 랜드마크 장식
90년대 ‘가보고 싶은 도시’서 2020년대 ‘한류’ 중심지로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1993년 유하 감독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당시 청춘스타로 불리던 홍학표 최민수와 ‘신인’ 엄정화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1990년대 초반 ‘오렌지족’으로 대표되던 압구정 문화를 감각적으로 그린 이 영화는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작고한 가수 신해철의 천재성을 OST로 담아 눈길을 끌었다. 영화와 함께 OST도 빛을 보지 못했지만,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엄정화가 ‘눈동자’라는 노래를 들고 가수로 데뷔하면서 고(故) 신해철과 인연이 재평가되기도 했다.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OST 중 ‘코메리칸 블루스’라는 노래가 꽤 인기를 끌었다. 경제부흥의 시대, 거품인줄 모르고 빠르게 성장한 탓에 허영에 헌신하는 젊은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다. ‘오렌지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 테크노와 랩, 록, 재즈 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압구정동의 밤’을 투영한 이 노래는 1995년 신해철이 이끄는 그룹 넥스트 세 번째 앨범에 국악요소를 가미해 세상의 빛을 봤다.
새삼 장황하게 옛날 얘기를 꺼내든 건 ‘코메리칸 블루스’ 노랫말 때문이다. ‘뉴욕 런던 LA 보스턴, 파리 도쿄 로마 베를린’ 등 1990년대 초반 ‘선망의 대상’이던 도시를 열거하더니 ‘이 모든 것이 이거리에 가득하게 줄을지어 있고, 그대의 이름은 코스모 폴리탄’이라고 외친다. 세계적인 명품이 압구정동 거리를 수놓고, 소위 ‘서양물 좀 먹은 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던 세태를 꼬집은 풍자가 또다른 의미로 젊은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졌다.

30년이 훌쩍 지난 2025년. 압구정동을 포함한 서울의 강남은 세계인이 ‘가보고 싶은 동네’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뉴욕 런던은 ‘언제든 갈 수 있는 도시’로 변했다.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던 도시가 K팝과 K컬처로 뒤덮이고 있다.
뉴욕 랜드마크인 타임스 스퀘어나 런던의 피카딜리 광장에는 삼성전자의 대형 옥외광고가 등장해 달라진 위상을 대변한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가전시장’에서 압도적 넘버1으로 볼 수 없던 삼성전자는 이미 ‘글로벌 넘버원’이 됐다.

타임스 스퀘어와 피카딜리 광장에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광고가 네 가지 영상으로 송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효자상품인 휴대전화, TV가 아니어서 더 눈길을 끈다. 세탁건조기 하이브리드 냉장고, 스크린 에브리웨어, 스마트싱스 등 일상에서 비스포크 AI를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현실’이 주제다.
옥외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채널 등으로도 공개해 전세계인에게 ‘AI가전=삼성’이라는 등식을 새기고 있다.

‘세계인이 가보고 싶은 도시’인 서울도 빠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5일부터 잠실 롯데월드몰과 삼성동 코엑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신분당선 강남역 등 서울 관광명소와 스타필드 수원·고양·안성 등 전국 9개 주요 랜드마크에서 비스포크 AI 콤보 옥외광고를 전개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