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2004년 안방극장을 강타한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때아닌 역주행 열풍에 탑승했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3’(이하 ‘지락실3’) 덕분이다.

배우 소지섭, 임수정 등이 주연을 맡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하 ‘미사’)는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됐던 차무혁(소지섭 분)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난해서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톱스타 친엄마 오들희(이혜영 분)에게 배신감을 느낀 차무혁이 복수를 다짐하지만, 송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복수 대신 사랑에 빠진다는 게 줄기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28.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은지는 ‘지락실3’를 통해 자타공인 ‘미사 폐인(‘미안하다 사랑한다’ 광팬)’임을 밝혔다. 이미 수차례 정주행을 마친 전적을 자랑했다. ‘지락실3’ 출연자인 이영지, 미미, 안유진에게도 ‘미사’를 영업했다. 직접 명장면을 따라하는 열정까지 보여줬다. 이어 이들이 촬영 쉬는 시간 도중 ‘미사’를 정주행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카메라에 담겼다. 제작진 중 또 다른 ‘미사 폐인’ 박준영 PD와 이은지는 ‘미사’ 퀴즈 대결을 벌이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두 사람의 열띤 애정 덕분이었을까.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전파됐다. ‘미사’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 웨이브에서 역주행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락실3’를 통해 ‘미사’가 처음 언급됐던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전주 대비 전 연령층의 ‘미사’ 시청 시간이 상승했다.

웨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미사’는 30대 이용자가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였다. 뒤를 이어 40대, 20대 순이었다. 이어 ‘지락실3’의 언급 이후 20대 이용자가 급증했다. 19일 기준 ‘미사’ 시청 연령대는 20대가 40대를 앞질렀다. 두 연령층의 시청 시간은 약 2배 차이다.

이 관계자는 “‘지락실3’에서의 언급이 20대들에게 제대로 먹힌 것 같다”고 해석했다. 19일 오후 기준 ‘미안하다 사랑한다 2024 버전’ 6부작을 비롯해 4K 버전 ‘미안하다 사랑한다’ 두 버전이 20위권 안에 안착했다.

‘지락실3’을 선보이는 티빙에서도 발빠르게 ‘미사’ 대전에 참전했다. 티빙은 지난 16일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 콘텐츠를 론칭했다. ‘지락실3’를 통해 ‘미사’가 한창 언급되던 시점이었다. 특히 CJ ENM 산하 콘텐츠 플랫폼인 티빙은 그동안 계열사 위주의 작품들을 론칭해왔다. 이어 올해부터 KBS와 MBC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신작이었다. 이어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미사’ VOD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사 폐인’ 양성에 힘을 보탰다.

유튜브에서도 ‘미사’ 열풍이 불었다. 구독자 377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지무비 : G Movie’는 지난 2021년 ‘미사’ 몰아보기 영상을 게재했다. 현재 해당 영상엔 “지락실 보고 오신분?” “‘지락실’ 때문에 추천에 떴다” “‘지락실’ 보고 일단 요약이라도 보려고 찾아옴”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만 해도 ‘‘미사’ 폐인’이 있을 정도로 그 시대 감성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며 “요즘 세련된 멜로와는 다른 투박한 맛도 있다. 거친 남성상을 가진 캐릭터를 ‘지락실3’에서 패러디하면서 재미 요소가 덧붙여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웨이브는 2000년대 대표 드라마와 감독이 주요 스태프들과 함께 원작을 2024년 버전으로 신작화하는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이 ‘미사’다.

정덕현 평론가는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로 시청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그런 요인들 역시 역주행 열풍에 도움이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