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시각화 기억법’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이미지 메모리’라고도 한다. 쉽게 얘기하면,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기억하는 행위다.
최근 KBO리그 순위싸움이 뜨겁다. 입추가 지났는데 더 뜨겁게 타올라 불붙은 흥행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인기 구단의 선두싸움도 재미있지만, 3~5위 싸움도 못지 않다. 매 경기 피말리는 접전(?)이 연출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피말리는 접전이 온전히 경기력 덕분이면 금상첨화다. 보이지 않는 실수가 여러군데에서 드러나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공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게 야구 특성이라 보이지 않는 실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보이지 않는 실수’가 마무리 투수쪽에서 종종 발생해 흥미롭다. 이른바 ‘문책성 강등’으로 비친 KIA 마무리 정해영이 대표적이다. 16일 잠실 두산전 9회에말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은 안좋을 때 습관이 눈에 띄었다.

힘을 과하게 쓰려다 중심이 위로 붕 뜨는 습관이 있다. 상체뿐만 아니라 하체까지 떠있는 느낌으로 투구하니, 볼이 날릴 수밖에 없다. 볼이 날리니 변화구를 던질 때는 손목을 과하게 쓰게 되고, 타자가 반응하기 전에 변화가 일어난다. 악습관이다.
1년에 10개월 이상 동고동락하는 팀 동료라고 모르지 않을 터. 정해영 정도 커리어면 불펜에서부터 이상징후가 포착됐을 가능성이 있다. 불펜에서는 아주 좋았지만, 마운드에 오른 뒤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원포인트로 악습관을 교정할 팁을 전수하는 게 코치진의 역할이다. 정해영을 예로 들었을 뿐, 비슷한 사례가 여러 팀에서 꽤 자주 보인다. 이 또한 ‘보이지 않는 실수’다.

선수들이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경기를 풀어갈 능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롤이다. 야구는 ‘그라운드 밖에서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느냐’로 승패가 갈리는 종목이다.
승부처에서 쓸 선수라면, 이 준비 과정 속 프로세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독이 모든 선수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주요 보직을 맡은 주축 선수는 세밀한 약점까지 파악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 베테랑 감독들이 폭염에도 선수들의 훈련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학의 시대다. 비디오, 레이더, 통계자료 등으로 선수들의 ‘결괏값’을 무한대로 도출하는 시대다. 선수들도 직관적인 근거를 들이대야 납득하는 척이라도 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나쁜 습관이 눈에 띄어도 경기 중 감독이나 투수코치가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하다.
문화나 분위기가 변했다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선수가 지진 않는다. 여전히 감독 몫이다. 불꽃야구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은 “선수의 가장 좋을 때를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기억해야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에게 책임 운운하기 전에, 코치진 스스로 ‘선수들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억하고 있는가’를 되물을 시기다.
때로는 직감이 과학을 이긴다. 승부처라면 더 잦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