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이렇게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니. tvN ‘미지의 서울’은 임철수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인 이충구는 승소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결과주의자다. 겉으로는 늘 사람 좋은 웃음을 갖고 있지만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한다. ‘빈센조’(2021) ‘정숙한 세일즈’(2024)에서 코믹하거나 순수한 역할을 맡았던 것과 판이했다.
임철수는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역할 소화를 위해 인물 외양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리면서 깐깐한 성격을 가진 이충구의 캐릭터를 반영해 매듭도 작게 하는 등 디테일에서 캐릭터를 드러내 보려 했다”고 밝혔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변호사다. 임철수는 상체를 꼿꼿하게 세웠다.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면, 위압적인 모습이어야 했다. 상체 벌크업으로 견고한 모습을 만들었다. 대형로펌 조언도 받았다. 변호사로서 날카로움을 덧붙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최고 로펌에 계신 변호사 이야기도 들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생각보다 견고한 곳이고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선과 악이라 구분할 수 없는 묘한 곳이었죠. 그런 직업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발성 또한 직업적 특성이 잘 묻어나왔다. 임철수는 “기존 습관을 빼고, 말투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이기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차가워지는 말투로 임했다”며 “밋밋할 수 있지만 무(無)에서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다. 말의 압력을 줄였다. 여유 있는 모습에서 힘이 생겨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특성 캐릭터 특징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모습에서부터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는 것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임철수는 “동선의 제약이 있는 인물이니 처음부터 준비했다. 해부학적 조언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다른 분들을 유심히 관찰했다”면서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는 서 있는 사람을 아래에서 위로 쳐다봐야 한다. 이 사람이 자신의 눈높이 위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이기고 소통하려 했을지 심리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디테일이 쌓여 변호사 이충구의 아우라가 만들어졌다. 주인공 호수(박진영 분)와 같은 로펌에 있다 대립하게 되면서 생긴 긴장감이 ‘미지의 서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임철수는 “인물이 선한 역이나 악역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메시지를 갖고 어떤 걸 할 수 있겠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작품은 상대방과의 관계성에 의해 내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게 많았다. 컷마다 연기를 다르게 하면, 그것 또한 다른 매력이 생겨났다”고 평가했다.
‘미지의 서울’이 배우 생활에 남긴 점도 크다.
임철수는 “드라마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게 흔치 않은 경험이다. 이 드라마는 살면서 ‘이게 맞는 건가, 틀린 건가’를 생각할 때 중간 지점이 있다는 걸 알려줬다”며 “정말 오랫동안 다시 보기를 할 거 같다. 좋은 책을 가끔 꺼내보는 것처럼 말이다. 보면서 많이 울었다. 슬픈 장면보다 평범한 신에서 더 그랬다. 보물 같은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