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영화 ‘변호인’은 한 변호사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초반부는 세무변호사로 성공한 주인공이 가족을 위해 아파트를 장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후 현실적 배경인 부림사건이 등장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인권변호사로 돌아서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린다.
배우 송강호가 송우석으로 나와, 故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변호사 시절을 연기하며 호평받았다.

영화의 명대사는 아직도 회자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1980년대 초법적인, 무법천지의 세상을 준엄하게 꾸짖는 그 대사에 1137만명이 극장에서 응답했다.
부림사건은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교사,회사원 등 22명을 영장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이다.
체포된 시민들은 길게는 두달이상 ‘물 고문’과 ‘통닭구이 고문’ 등 살인적 고통을 당했다. 변호사 노무현은 그들을 변호하며 인권의 길로 방향을 틀게 됐다.

그리고 지난 15일 현직 부장검사가 국감의 증언대에 섰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두고, 이례적으로 현직 검사가 공개적으로 증언대에 선 것.
문 부장검사는 ‘핵심증거 누락 등으로 검찰측이 쿠팡의 무혐의 처분을 이끌었다’는 의혹에 수긍하며 ‘검찰이 쿠팡을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종불기소 처분된 내용도 증언했다. 이는 상부의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다는 중대 폭로다.

이날 발언 중에 문 부장검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건이 신속하게 회복이 돼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저를 포함해서 그에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는 “진실을 말한 문지석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고 현장의 강득구 의원은 “(국감에) 차분하게 임하려 했지만, 한 검사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가슴이 울컥했다. 정치검찰 내에도 이런 의로운 검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꼈다”고 응원했다.

검사는 임용시 다음과 같은 검사선서를 한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2013년 겨울, 영화 변호인은 ‘국가란 국민’이라는 상식을 환기했고 2025년 국감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도 우리의 국민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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