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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숨어있던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9년 UAE 아시안컵 앞두고 치른 단 한 번의 평가전에서 저조한 결과와 내용을 받아들었다. 한국은 1일 UAE 아부다비 바니야스 경기장에서 열린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A매치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후반 36분 기성용의 페널티킥까지 골대를 외면했다. 한국은 지난 해 9월 벤투 감독 부임 뒤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를 이어갔다. 아직 벤투 감독의 노트에 패배는 없다. 하지만 이날 평가전이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벌인 유일한 A매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내용 면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특히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통해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개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생각보다 더 떨어졌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말았다. 한국은 전력만 놓고 봤을 때 아시안컵 24개국 중 1~2위를 다툰다. 다만 대회가 뜨거운 중동에서 그나마 서늘한 겨울철에 열려야 하다보니 개최 시기가 1월로 결정됐다. 1월은 동아시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몸 상태가 가장 떨어지는 기간이다. 예년 같으면 11~12월 리그 종료 뒤 휴식에 들어갔다가 1월부터 몸을 서서히 끌어올려 3월 개막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기원하면서도 1월 개최를 변수로 내다봤다.
이번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23명 중 동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은 총 15명이다. 특히 수비라인은 전부 한·중·일에서 뛴다. 벤투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스리백을 포함해 총 7명의 동아시아리그 선수들을 선발로 집어넣었는데 전체적인 주도권을 상대에 내준 것은 물론 유효슛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을 드러냈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뛰는 간판 공격수 황의조도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예리한 킬러 본능이 살아나지 않아 전반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다행히 후반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이재성과 이청용, 지동원이 연달아 들어가면서 활력이 살아났으나 벤투 감독의 ‘원칙과 철학’인 후방 빌드업(수비수부터 패스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것)과는 괴리가 있었다. 소속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에서 한창 주전으로 뛰고 있는 기성용이 번뜩이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실축하면서 승리도 따내지 못했다. 후반에도 유효슛은 0개였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유럽파와 동아시아파의 컨디션이 서로 다른 것 등을 고려, 피지컬 코치를 한 명 더 늘려 두 명으로 꾸렸다. 이런 벤투 감독의 준비가 결실을 봐야할 시점이 오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언제부터 끌어올리고, 어느 시점에 100%로 맞출 것인가 등등이 과제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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