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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밀 자브로프가 경기가 끝난 후 권아솔을 격려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여수 | 이주상기자] 지난 9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굽네몰 ROAD FC 056’이 열렸다. 전석이 매진되며 ‘낭만의 도시’를 뜨겁게 달궜던 이번 대회는 12경기 모두 파이팅 넘치는 승부로 열기를 더 했다.

특히 격투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메인이벤트 권아솔(33)과 샤밀 자브로프(35)의 경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쳐났다. 지난 2월에 열렸던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만수르 바르나위에게 플라잉 니킥으로 KO패했던 샤밀은 권아솔을 압도한 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샤밀은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만수르 바르나위의 1차 방어전 상대로 나설 예정이다.

샤밀은 경기가 끝난 후 “권아솔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저항이 광장했다”고 창찬했다. 이어 사촌 동생인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언급하자 “경기가 끝난 후 바로 하빕으로부터 ‘할아버지, 늙으셨는데 이제 그만하세요’라는 개구진 문자가 왔다”며 살가운 형제애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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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밀 자브로프가 경기가 끝난 후 권아솔을 격려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권아솔에게 승리했다. 소감은.

이번 경기를 꼭 이겨야겠다는 ‘자극’이 있었다. 권아솔이 나 뿐만 아니라 동생인 하빕에게 여러가지 조롱의 말 등으로 도발을 해왔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팬들에게 화끈하고 화려한 KO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 권아솔과 감정이 섞인 상태에서 대결을 했다. 선수로서 권아솔을 평가하자면.

이번 경기를 위해 권아솔이 다른 선수들과 대결했던 여러 경기의 동영상을 구해 연구했다. 특히 권아솔과 만수르 바르나위가 맞붙은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을 많이 봤다. 당시 권아솔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결에서 권아솔은 그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엄청난 훈련과 준비를 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이겼지만 그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권아솔을 압박을 했지만 서브미션 등으로 귀결시키지 못했다.

압박을 했지만 권아솔의 저항이 컸다. 등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서브미션을 시도할 수가 없었다. 전략적으로도 권아솔이 준비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었다.

- 경기가 끝나고 권아솔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격려를 했는데.

경기 전날 있었던 계체에서 양손으로 악수를 건네는 등 권아솔이 이전과 다른 진지한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양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은 다게스탄(샤밀이 태어난 공화국)에서는 존경의 표시다. ‘형님’이라는 호칭도 사용했고 경기에도 진지하게 임했다. 나도 경기가 끝난 후 존경과 격려의 표시로 포옹하고 등도 두드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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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밀 자브로프가 하이킥을 시도한 권아솔의 다리를 잡고 포지션을 역전시키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사촌 동생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이 동행을 하지 않아 한국 팬들이 아쉬워했다.

이번에도 하빕이 같이 오고 싶어 했다. 원래 권아솔과의 대결은 9월 7일에 열렸던 055 대회에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하빕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더스틴 포이리에와 UFC 라이트급 통합 타이틀전을 가진 날이었다. 내가 주최사측에 연기를 요청했고 로드FC가 받아들여줬다. 내일(11월 10일)은 또 하빕의 세 번째 동생인 아부바카르 누르마고메도프가 러시아에서 열리는 ‘UFC 모스크바’에 출전하는 날이다. 동생의 데뷔전이어서 하빕이 세컨드로 참여하느라 못 왔다. 하빕이 로드FC에 다시 한 번 연기를 요청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계속 그럴 수가 없었다.

- 하빕과의 우정이 궁금하다.

하빕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가 친척간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하빕의 아버지인 압둘마납 누르마고메도프를 키우셨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하빕의 아버지가 나를 거둬주셔서 하빕의 집에서 함께 자랐다. 하빕과는 친형제나 마찬가지다.

- 이번 경기의 승자가 만수르 바르나위의 1차 방어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각오는.

만수르는 지금쯤 최종전에서 승리하면서 받은 상금 100만불을 열심히 쓰느라 긴장이 풀려있을 것이다.(웃음)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플라잉 니킥으로 졌다. 방심하면서 실수했다. 또한 100만불이라는 거금이 걸려 있어서 긴장도 많이 했다. 다시 붙으면 이길 자신이 있다. 만수르 외에는 보이는 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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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밀 자브로프가 권아솔을 압박하며 파운딩 공격을 펼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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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밀 자브로프가 권아솔을 압박하며 파운딩 공격을 펼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레슬링에 강점이 크다.

다게스탄에서 레슬링은 국기(國伎)와 같다. 모든 국민들이 어렸을 때부터 배운다. 내 아버지지도, 하빕의 아버지도 레슬링 선수였다. 내 아들도 레슬링을 배우고 있다. 아울러 거친 환경으로 인해 레슬링 외에도 권투, 삼보 등을 배운다. 격투기가 강할 수밖에 없다.

- 한국에 여섯 번째 왔다. 한국에 관해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이슬람교 신자여서 율법 상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식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에도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이슬람식당에서 식단을 준비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좋다. 한국 사람들은 착하고,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질서의식이 높다. 어디를 가도 깨끗한 것이 인상적이다.

- 여러 나라에서 격투기 경기를 했는데 한국의 격투기 문화를 평가한다면.

메인리그에 앞서 열린 하부리그(영건즈 경기)에서도 메인리그 못지 않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경기를 여럿 봤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면 세계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다.

- 로드FC 챔피언이 목표일 텐데.

MMA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다. 러시아에서도 챔피언을 지냈다. 큰 욕심은 없다. 자녀가 7명이다. 첫째 아들도 MMA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만수르와 경기를 할 때 아들도 경기를 했는데 나는 졌고 아들은 이겼다.(웃음) 만수르를 꺾고 로드FC 챔피언이 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 권아솔과 경기 후 하빕과 통화를 했다고 들었다.

경기 전에도 계속 통화를 했고 한국에 오기 전에도 함께 훈련을 했다. 권아솔을 이긴 후 통화를 했는데 “할아버지, 늙으셨는데 이젠 그만하세요”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웃음) 하빕은 내가 선수보다는 사회활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빕이 다게스탄에서 가장 큰 MMA 체육관을 짓고 있는데 건물이 완성되면 내가 은퇴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코치로 일하기를 바란다.

[선수소개]

샤밀 자브로프는 러시아 M-1, 러시아 옥타곤 파이팅 센세이션(Octagon Fighting Sensation) 챔피언 출신이다. 러시아의 자치공화국 중의 하나인 다게스탄 출신이다. 1984년 생으로 37승 6패 1무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ROAD FC 케이지에 처음 오른 건 100만불 토너먼트 인터내셔널 예선이다. 강력한 레슬링 실력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인터내셔널 예선과 본선 16강, 8강, 4강까지 모두 통과해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만수르 바르나위의 플라잉 니킥에 당해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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