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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고 MLB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다. 당연히 야구 국제대회 중 가장 수준이 높다. 미국,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은 MLB 올스타급 팀을 구성해 정상을 바라본다. 축구의 월드컵처럼 특급 선수들이 조국을 가슴에 품고 그라운드에 선다.
한국 대표팀도 그랬다. 2006 WBC에서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봉중근, 최희섭 등 코리안 빅리거 1, 2세대가 일제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과 코리안 빅리거들이 절정의 조화를 이루며 초대 WBC 4강 신화를 이뤘다. 2009 WBC에서는 MLB 정상급 외야수로 자리잡은 추신수가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류현진, 김광현 같은 예비 빅리거들과 한 팀을 이루며 준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두 번의 WBC 결과는 참패였다. 2013 WBC와 2017 WBC 모두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짐을 쌌다. 2017 WBC 1라운드 무대가 고척돔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패배의 아픔은 보다 크게 다가왔다. 더불어 이전과 달리 베스트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2013 WBC에서는 코리안 빅리거가 참가하지 않았고, 2017 WBC에서는 오승환 홀로 출전을 강행했다. 당시 오승환은 플로리다에서 한국까지 20시간에 가까운 비행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대표팀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그러나 오승환 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다가오는 2023 WBC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의 대표팀 복귀가 무산됐으나 최지만과 김하성은 내년 3월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특히 최지만은 올해 타율 0.286 6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최지만과 강백호가 1루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나란히 클린업을 구상하는 것을 기대할만 하다.
빅리거 2년차를 보내고 있는 김하성은 수비 만큼은 상위권이라는 평가다.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로 꾸준히 출장하고 있는데 2루수와 3루수도 겸업한다.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만큼 대표팀에서도 내야 만능키가 될 수 있다. 2017 WBC에서 네덜란드 안드렐튼 시몬스, 젠더 보가츠 등 빅리거를 바라만 봤던 그가 빅리거가 돼 국제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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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빅리거 합류는 단순한 전력상승 효과에 그치는 게 아닌, 상대 선수 분석과 현지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 MLB 선수들과 상대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들의 공략법을 제시할 수 있다. 상위 라운드 진출시 미국 무대 적응에도 코리안 빅리거들이 앞장선다. 경험자의 조언은 늘 크게 다가온다.
KBO 허구연 총재 또한 일찌감치 이를 머릿속에 넣어뒀다. 지난주 미국 일정 중 최지만과 식사하며 그를 격려했다. 공식적으로 대표팀 합류를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고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음을 보였다.
관건은 소속팀이다. MLB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지만 이 또한 소속팀에 따라 좌우된다. 탬파베이와 샌디에이고가 어떤 스탠스를 보이느냐가 대표팀 구성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래도 투수가 아닌 야수인 점은 대표팀 합류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