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찌르기’와 ‘낭심가격’. 일반인들 사이에서 ‘호신술’과 ‘격투경기용 기술’을 비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다.

격투경기에서는 반칙으로 규정해 철저하게 사용을 막지만 호신술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길거리 싸움에는 룰이 없다’며 이 두 기술만 제대로 익히고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면 경기용 기술들은 굳이 익힐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이번 칼럼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 두 기술의 허와 실에 대해 한번 다뤄보려고 한다.

일단, 눈찌르기와 낭심가격은 정말 좋은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내부가 액체로 차 있고 뼈 등 단단한 껍질로 보호되는 것도 아닌 눈은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인간은 시각을 통해 외부 정보를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만큼 상대방의 눈에 피해를 입히면 치명상이 아니더라도 싸우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남성의 낭심을 공격하는 것은 눈보다 더 효과가 좋다. 재밌는 예시가 하나 있다. 몇년 전 외국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상대방에게 공을 던져 먼저 ‘움찔’하고 움직이는 쪽이 지는 게임을 했다.

남성들의 경우, 얼굴로는 아무리 강하게 공을 던져도 유리벽을 믿고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낭심 쪽으로는 던지는 시늉만 해도 손으로 낭심 부위를 가리며 요란하게 몸을 돌렸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떠올라 가운데 유리벽이 있건없건 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 게임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나 지금 거기 공격할 거야”라는 의도를 보여주기만 해도 상대의 행동에 제약을 줄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낭심가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나 위력과 효과가 좋은 기술이지만 실전에 적용해보면 만능은 아니다. 일단 기술을 정확하게 펼치기가 어렵다. 절권도의 창시자인 이소룡은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차기를 해 송판을 깨는 무술 퍼포먼스를 정말 싫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유는 그의 영화 대사로도 나와 있듯이 ‘송판은 반격하지 않기 때문(Boards don’t hit back)’, 즉 인간이라는 존재는 송판과 달리 항상 움직이고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눈과 낭심은 신체 부위 중 크기가 굉장히 작은 편에 속한다. 고정돼 있어도 한 번에 정확하게 공격하기가 어려운데 상대가 움직이는 상태라면? 목표물의 위치가 계속 변하는 만큼 정확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두 부위가 약점이라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정도를 넘어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 보호할 정도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이유 때문에 눈찌르기나 낭심가격을 실패했을 경우, 상대가 더욱 조심하며 치밀하게 공격해올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상대를 제압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좋은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혼자서 할 수 있는 몇가지 연습팁을 알려드리겠다.

먼저, ‘강하게’라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우자. 눈이든 낭심이든 ‘굳이 강하게’ 찌르거나 때릴 필요가 없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티끌만 들어가도 불편한 것이 눈이고, 아기들의 장난스러운 손짓에 슬쩍 맞아도 아픈 것이 낭심이다. 이런 곳을 강하게 때리려다 오히려 의도를 들켜 막히는 것보다는 오히려 큰 자세 변화 없이 ‘최대한 빠르게’ 찌르거나 때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두번째는 눈찌르고 낭심을 가격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못해도 상대의 다음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것이 이 두 기술이다. 따라서 상대의 행동을 제약한 뒤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후속 기술을 연습해 둘 필요가 있다. 굳이 공격 기술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눈을 제대로 찔렀다’, ‘낭심을 제대로 때렸다’는 감각이 전해지는 순간 바로 달려 도망가는 걸 연습해도 된다.

필자가 수련하고 지도하는 절권도에서 눈찌르기와 낭심가격을 활용하는 방법도 하나 예시로 남겨두겠다. 먼저 눈을 공격했을 경우 상대 의식이 눈에 집중되는 순간 낭심을 발로 찬다. 제대로 맞으면 그 순간 상황 종료.

만약 상대가 엉덩이를 뒤로 빼며 피하면 얼굴이 앞으로 숙어질 테니 여기에 팔꿈치로 강하게 타격. 낭심에 발차기가 아주 약하게 걸려도 상대는 몸을 구부리며 앞으로 주저앉게 된다. 이 순간 팔꿈치로 얼굴을 강하게 타격. 마무리는? 그렇다. 빨리 달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노경열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