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최하위의 수모 속 세터 김다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김다인은 2017~2018시즌 2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3시즌 동안은 웜업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지만 2020~2021시즌부터 경험치를 쌓더니, 어느덧 팀 주전 세터로 거듭났다.

매 시즌 성장 곡선을 그렸다.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 세트 2위, 지난시즌에는 세트 1위로 2시즌 연속 베스트7 세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VNL에 성인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달 30일 개막한 2023 FIVB(국제배구연맹)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를 소화 중인데,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세자르호는 1주차에서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캐나다, 미국, 태국을 상대하는데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피지컬과 높이, 파워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김다인의 활약에는 눈길이 간다.

김다인은 미국과 3차전에서 대회 첫 선발로 코트를 밟았다. 1, 2차전과 달리 세자르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대폭 조정했는데, 염혜선 대신 김다인을 야전 사령관으로 택했다.

코트에 선 김다인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빠른 발을 앞세운 힘 있는 토스와 중앙을 적극 활용하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파워와 높이가 있는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 루트가 필요한데, 김다인은 중앙 속공과 이동 공격은 물론 후위에 있는 공격 자원도 십분 활용하면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넓어진 시야가 눈에 띈다. 김다인은 2세트 18-13으로 앞선 상황에서 디그 후 올라온 볼을 상대 코트로 곧장 넘기는 ‘패스 페인트’로 1득점을 올렸다. 미국이 수비를 하기 위해 뒤로 빠진 코트의 빈 중앙을 보면서 허를 찌른 것이다. 플레이에 자신감과 확신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희망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세대교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과 김수지(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이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국가대표를 은퇴한 이후 줄곧 내리막세다. 지난해 VNL에서 14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공격 포지션도 문제지만, 줄곧 주전으로 활약했던 염혜선을 뒤이을 세터는 확실하지 않다. 안혜진(GS칼텍스), 박혜진(흥국생명), 김하경(IBK기업은행), 김지원(GS칼텍스)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날 김다인의 활약은 그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기에 충분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