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황 기자님! 투석기처럼 탕! 탕! 탕! 이렇게 손을 놓으셔야 해요!”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에 출전한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 취재차 캐나다 선더베이로 갔을 때, 본 기자도 열심히 캐치볼을 했다. 경기에 뛰진 못하지만, 함께하고자 하는 심정이었다.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유격수 박주아가 친히 기자와 캐치볼을 해줬다. 그때 나온 구속은 65㎞였다. 있는 힘껏 던진 공의 구속이었다. 그런데 대표팀 양상문 감독이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우리의 캐치볼 상황을 목격했다.
힘을 모으지 못하는 기자의 몸짓(?)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양 감독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양 감독은 “황 기자,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팔에 힘을 빼고, 공을 던지는 순간에 ‘투석기’처럼 탕! 마지막에만 힘을 줘 보세요”라고 레슨을 했다.
양상문 감독은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롯데-청보-태평양을 거치며 KBO리그 통산 272경기 63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다. 완투는 무려 41차례, 완봉도 10차례나 기록한 레전드다.
양 감독의 조언이 이어졌다. “팔이 말랑말랑 유연해야 한다”며 문동주(한화)처럼 강속구를 던지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기자에게 힘을 ‘툭’ 빼라고 조언했다. 의외의 조언이었다.
양 감독은 “팔을 뻗을 때까지 힘을 뺐다가 마지막 순간 ‘탕’하고 힘을 줘서 공을 뿌려야 한다. 마치 ‘투석기’ 원리와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힘을 내려놓았다가 한 순간에 힘을 모아 공을 때리는 건 어려웠다. 구속은 65㎞에 불과하지만 제구에 자신 있던 기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투석기’ 원리에 인지부조화 상태가 됐다. 그만 공을 땅에 냅다 꽂고 말았다.
그래도 양 감독은 격려하며 “공이 이상한 곳으로 가도 되니 계속 손목을 ‘탕’하고 놓는 데에만 신경써라”라고 강조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마침내 공이 폭발하듯 국가대표 유격수 박주아의 글러브에 쾅!하고 박혔다. 물론 기자의 느낌이다. 그런데 양 감독도 “훨씬 나아졌다. 공에 힘이 생겼다”며 박수를 보냈다.
양 감독은 또 하나의 귀한 조언을 해줬다. 바로 투구 후 손목 모양이다. 대다수의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공을 던지고 나서 손등이 밖을 보는 모양으로 손이 떨어진다. 그런데 양 감독은 이 자세가 잘못됐다고 했다.
양 감독은 “제대로 된 자세로 공을 놓는다면, 손등이 사선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런데 사회인 야구를 하는 분들 대다수가 손등이 앞을 보며 공을 놓더라. 잘못된 자세”라고 말했다. 구종 상관없이 속구, 커브, 슬라이더 모두 던지고 난 뒤에 자연스럽게 손목이 사선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것.
손등이 앞을 보며 떨어지는 자세는 공을 놓을 때 손목 모양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석 자세로 공을 놓는다면 공의 회전이 많이 먹히며 손목도 사선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기자의 현재 최고 구속은 70㎞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양 감독의 조언대로 꾸준히 훈련해, 내년까지 구속을 80㎞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양 감독은 마지막 순간에만 힘을 줘도 구속이 시속 5㎞는 더 올라간다고 단언했다. 참고로,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시속 100㎞~110㎞이고, 미국 여자야구 선수들의 구속은 시속 120㎞~130㎞다. et16@sportsseoul.com
추신: “양상문 감독님, 소중한 레슨 감사합니다. 귀한 내용이라 기사로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