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야구 위상은 높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가 800만명을 향할 만큼 인기가 많다. 국제대회가 열리면 관심이 뜨겁다. 그에 반해 야구장과 같은 국내 인프라는 취약하다. 그래서 새 구장을 짓는 건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대안 없는 신축은 반대한다.

최근 잠실야구장의 돔구장 신축계획이 전격 발표됐다. 야구인이면 환영할 사안이다. 그러나 갑자기 통보하듯 발표됐다. 내막은 잘 모르겠다. 동대문 야구장이 없어질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야구인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거 같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동대문 야구장의 철거는, 돌아보면 그걸 막지 못한 선배들 잘못이 크다. 이번엔 동대문 구장에 이어 잠실구장이 없어진다. 잠실은 1982년 개장한 한국야구의 성지다. 그나마 그 자리에 신축구장이 돔으로 들어선다고 하니, 그건 반길 내용이다.

문제는 새 야구장을 짓는 동안 LG와 두산이 갈 곳이 애매하다. 안전 문제로 잠실 주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니 그렇다. LG와 두산은 6년간 도대체 어디서 야구를 하란 말인가.

오랜 기간 잠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매일 1만명 이상을 모으는 공연이 없다”라고 프로야구를 추켜세웠지만, 이번에도 그렇듯 정책 결정에선 철저하게 배제됐다. 스포츠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팬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았다.

단순히 “좋은 야구장을 만들어주면 팬들이나 야구인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매우 근시안적 판단이다.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며 결정권자들의 잘못이라기보단 그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잘못된 결정을 하게 방관한다면, 그건 야구인의 잘못이다.

아직 해결의 기회와 시간은 있다. KBO와 LG, 두산은 강력히 대응해야 하고, 야구인들도 동대문 야구장 철거 때처럼 숨죽이지 말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6년은 긴 시간이다. 그 기간이면 잠실 야구장에 1200만명의 팬이 모일 수 있다. 앞으로 1200만명의 팬은 갈 곳을 잃게 된다. 주경기장이 안되면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정책 결정가들은 지금이라도 현장 전문가와 팬들의 목소리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니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