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장강훈 기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프로 2년차를 준비 중인 ‘아기호랑이’ 윤영철(20·KIA)이 데뷔시즌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스파이크끈을 고쳐멨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전지훈련 중인 윤영철은 11일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캠프 시작 열흘이 지난 탓에 피로감이 몰려올 법하지만 “금세 회복하는 것 같다”며 “오후에 충분하게 휴식하므로 피로한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20개가량 던졌는데 속구와 커브 체인지업 등을 두루 점검했다. 바깥쪽(우타자 기준) 제구는 포수가 미트를 댄 곳으로 정확히 날아들만큼 준수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고졸(충암고) 2년차라기에는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왼다리에 힘을 모은 상태에서 하체를 포수쪽으로 끌고 나가는 타이밍과 밸런스. 상체가 소위 엎어지지 않는 밸런스는 제구에 꼭 필요한 요소다. 어린 투수이지만 자기만의 밸런스를 가진 것처럼 보여 눈길이 갔다.

윤영철은 “어릴 때부터 밸런스에 신경을 쓰고 훈련했다. 핀포인트를 생각하기보다 포수 가슴보호대를 보고 던지는 느낌으로 투구한다. 팔이 늦게 나온다거나 각이 처진다는 인상을 받으면 그때그때 조정하면서 제구한다”고 설명했다. 타깃을 넓게 설정하면 심리적 압박은 준다. 손기술보다는 하체 밸런스로 공을 던지므로 역설적으로 타깃을 크게 잡아도 핀포인트 제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하체를 잘 활용하면 체력부담을 덜 수 있다. 팔 피로도 역시 상체 중심 투구보다 덜하다. 지난해 122.1이닝을 던졌고, 마무리캠프 때부터는 투구를 최대한 자제하는 등 관리받은 덕분에 구속도 조금 더 올랐다는 후문. KIA 관계자는 “첫 번째 불펜투구 때 시속 145㎞까지 찍혔다”고 귀띔했다.

아쉬움이 큰 만큼 기대도 크다. 특히 올해 KIA는 ‘슈퍼팀’으로 불릴만큼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특히 야수진은 10개구단 최고로 꼽아도 무방할 정도. 투수들이 최소실점으로 막아내면, 승리확률이 높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LG KT 등이 KIA를 강력한 경쟁팀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심한 투수라면 “점수를 주지 않아야 야수들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윤영철은 “형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줄 수 있어서 크게 부담은 안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난해보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개인성적을 향상해야 팀도 더 많이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뷔시즌 성적표를 8승7패 평균자책점 4.04로 받아들었는데, 구위와 제구, 체력을 더 가다듬어 10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로 등극해야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규정이닝에 21.2이닝이 모자란 터라 데뷔 2년차에는 규정이닝 돌파도 노려볼 만하다. 여러모로 도전해야 하는 해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KIA 선발진은 왼손 위주다. 양현종 이의리가 붙박이 선발이라고 보면 윤영철도 냉정하게는 경쟁을 통해 선발자리를 꿰차야한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은 이유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