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황혜정 기자] “5일마다 선발 등판, 솔직히 힘들어요. 그래도 제가 한 단계 더 발전(Level up)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될 거라 생각해요.”

SSG랜더스의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는 현재를 즐기고 있다. 왼쪽 내복사근 부상한 SSG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단기 대체 투수로 일종의 ‘땜빵’을 하러 왔지만, 곧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보단 생애 첫 프로무대에서 뛰는 이 순간을 즐긴다.

시라카와가 13일 문학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와 홈경기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3개만 허용하고 삼진 5개를 솎아내며 1실점 역투했다. 시라카와는 팀이 7-1로 그의 점수를 지켜내며 시즌 2승(1패)째를 안았다.

3회까지 주무기 포크볼을 봉인하고도 호투해 홈팬들에 좋은 첫 인상을 남겼다. 1회와 2회 삼자범퇴로 이닝을 깔끔히 마치며 출발한 시라카와는 3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KIA 김태군에 볼넷을 내준 것이 실점으로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서건창의 먹힌 타구가 유격수 키를 넘기며 1사 1,2루가 됐고 2사 1,3루에서 이창진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실점했다.

4회에도 2사 1,2루 위기를 자초하며 다소 흔들렸지만 김태군을 3루수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5회까지 마운드에 오른 시라카와는 서건창과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앞서 적시타를 내준 이창진을 7구 끝에 삼진으로 낚아내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날 총 91구를 던진 시라카와는 속구(57구)를 중심으로 커브(21구), 슬라이더(7구), 포크볼(6구)을 섞었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였다.

주무기이자 결정구 포크볼의 비중을 줄였다. 1회부터 3회까지 단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 4회 4차례, 5회 2차례만 던졌다. 매 이닝 결정적인 순간마다 포크볼을 던진 지난 두 차례 등판과 다른 패턴이다.

대신 커브로 유인했다. 최고 시속 126㎞-최저 시속 110㎞로 속도 차이를 만들어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커브 제구도 잘 됐다. 21구 중 15구를 스트라이크로 만들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시라카와는 “호흡을 맞춘 포수 김민식의 리드에 따랐다. 김민식의 볼배합이 좋았다”며 이날 호투 배경을 밝혔다.

KBO리그 데뷔전이던 1일 키움전에서 5이닝 무실점, 두 번째 등판이던 7일 롯데전에서 1.1이닝 8실점(7자책)하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세 번째 등판인 13일 KIA전에서 5이닝 1실점하며 롯데전은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다”는 시라카와는 “지난 롯데전에선 마운드 위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였다. 그러나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마운드 위에서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KIA전에서 부진하면 불펜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SSG 이숭용 감독의 말을 “처음 듣는다”며 눈을 동그랗게 뜬 시라카와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한 끝에 3경기 만에 2승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지난달 25일 입국한 이래로 3주 가량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사이에 시라카와는 팀 동료 한두솔과 홍대에도 놀러갔다. “내 고향은 시골이다 보니 한국은 가는 곳 마다 도심지 같다”며 환하게 웃은 시라카와는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지만,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독립야구단에선 5일마다 등판이 아닌 10일마다 선발등판했다. KBO에 와서 그 간격이 절반으로 줄었다. 시라카와는 “솔직히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다. 그러나 내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부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라카와의 목표는 올가을 일본에서 열리는 일본 프로야구(NPB) 드래프트에 뽑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라카와는 KBO리그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뽐내며 NPB 구단 스카우트 눈을 사로잡고자 한다. 경험을 쌓기 위해 KBO리그에 온 시라카와가 매순간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다. 시라카와는 “매 순간 준비를 잘해서 팀에 도움되는 투구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