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하정우의 조카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배우 문유강과 하정우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마치 하정우가 아버지 김용건의 수혜를 피하고자 이름도 바꾸고, 굳이 아버지를 내세우지 않은 것과 같다. 문유강도 삼촌의 존재를 굳이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 영화 ‘하이재킹’에서 만났다. 둘의 관계를 자세히 몰랐던 김성한 감독이 문유강의 공연 실황을 보고 단숨에 ‘이 친구다’라면서 캐스팅한 것. 하정우는 김 감독에게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다고 했다.
문유강은 “영화 ‘하이재킹’ 대본 받았을 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제 공연을 보셨다. 그래서 미팅을 했는데, 어찌됐든 저도 하정우 선배도 부담이 됐다. 서로 놀랬었다. 감독님이 밀어붙인 걸로 안다. 그래도 하 선배가 그래도 저를 기특하게 여겨줬다. 저에겐 꿈만 같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연기의 시작에 어쩔 수 없이 하정우가 있다. 하정우나 문유강이나 서울 잠원동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동네 사람들은 둘의 관계를 다 알았다. 문유강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던 때는 하정우가 인기 스타로서 한국 영화계를 평정하고 있을 때다. 학교에 가면 ‘하정우 조카’라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개의치 않았다.
“삼촌 덕분이긴 하죠.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어요. 조언을 듣고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았어요. 예술고는 일반고보다 더 연기적인 기술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고 했어요. 오히려 일반 친구들하고 오밀조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기학원을 등록했고,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그 어린 때에도 친구들과 개똥철학을 나누며 연기를 고민했어요.”
삼촌이 다녔던 중앙대학교 14학번에 입학했다. 방학도 없이 학교 생활에 열중했다. 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분주했다. 일찍 입대했고, 소설을 많이 읽었다. 단어 하나에 담긴 감정을 읽으려고 무던히 훈련했다. 삼촌과 같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던히 갈고 닦았다. 그 덕에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짓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신인으로서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가고 있는 편이다.
“공연을 마치고 박수가 터져나오면 희열이 느껴져요. 땀 흘린 것에 대한 보답이랄까요. 길지 않은 시간에 나오는 박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저를 살아있게 만들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만든 메시지를 좋은 도구로서 활약한다는 데도 기쁨이 있어요. 힘든 일상에 잠시 드라마를 보면서 맥주한 잔 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면 그것도 위로잖아요. 그 위로를 꾸준히 하고 싶어요.”
문유강은 스스로 연민을 잘 느낀다고 했다. 상대가 가진 아픔을 이해하는 데 재능이 있다고 밝혔다. ‘하이재킹’에서 항공 보안관 창배를 연기할 때도, tvN ‘멘탈코치 제갈길’에서 수영스타 이문열을 연기할 때도 인물이 가진 상처를 바라봤다.
“인물의 연민이나 결핍을 느낄 때 마음이 동하는 것 같아요. 애착도 많이 가고요. 그 인물 입장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을 상상해요. 누구나 외로움이 있고 아픔이 있잖아요. 그런 면을 잘 표현하고 싶어요.”
차기작은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다. 길버트 아데어 소설 ‘몽상가들’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스 68혁명 시대 전통적 가치에 도전한 테오를 연기한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한 두 달 넘게 연습하는 길이 있어요. 그 길로 100번에서 200번을 걸어가죠. 장애물이 있어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어요. 털어버리고 가야 할 길로 갈 수 있어요. 순발력이 요구되는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방어선을 더 잘 구축할 수 있죠. ‘홀리 이노센트’에서 봬요. 더 멋진 연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