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광주FC를 상대로 ‘7골 융단 폭격’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력은 다시 한번 K리그 전체에 경고 메시지를 줬다. 이대로 가면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늘리는 경쟁국에 밀려 아시아 클럽대항전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가 알 힐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에서 0-7 참패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 질타하는 여론은 적다. K리그1에서 예산이 적은 수준에 속하는 시민구단 광주가 이정효 감독의 지략, 선수의 강한 동기부여로 국내 팀 중 유일하게 8강까지 진격하면서다. 알 힐랄 선수단은 광주 선수단의 몸값과 비교해서 20배 이상 비싸다. 광주전에서도 선발진 11명 중 사우디 선수는 2명에 불과했다. 후벵 네베스(포르투갈),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세르비아), 칼리두 쿨리발리(프랑스)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한 스타가 총출동했다.

이제까지 아시아 타 리그 팀 중 특급 외인을 한두 명 영입해 매서운 화력을 뽐낸 팀은 있었으나 전방부터 후방까지 이정도 수준의 선수가 버틴 팀은 보기 어려웠다. ‘오일머니’를 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몇 년 전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를 비롯해 특급 선수를 영입하면서 ‘탈아시아’ 전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근 카타르 스타스리그, 아랍에미리트 리그 등도 영향을 받고 있다. 중동 뿐 아니라 조호르 다룰탁짐(말레이시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빅클럽도 국내와 전혀 다른 수준의 투자로 거물급 외인 수급에 애쓰고 있다. 외인 쿼터와 관련해 여러 제한이 있는 K리그가 자칫 국제 경쟁력을 잃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K리그1 ‘디펜딩 챔프’ 울산HD와 ‘전통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가 리그 스테이지에서 조기 탈락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한때 아시아 무대를 호령한 K리그가 어느덧 변방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중동 국가가 아시아 축구의 패권을 잡고, 국제축구계에 영향력을 끼치면서 ACLE가 이들에 유리한 방식으로 재편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번 알힐랄의 7골 충격파는 광주만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K리그 어느 팀이든 겪을 수 있다. 광주에 이어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 부리람도 이번 대회 8강에 올랐으나 유럽 무대를 누빈 스타가 많은 사우디의 알 나스르, 알 아흘리에 각각 대패하며 탈락했다.

근래 들어 K리그도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ACLE처럼 외인 보유 한도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ACLE 8강전 이후 열린 K리그1 10라운드에서 주요 사령탑도 리그 전체적으로 고민의 시기가 왔다고 했다. 울산 김판곤 감독은 “중동에 유리한 쪽으로 (AFC에서) 정책이 펼쳐지지 않느냐. 매년 우리가 경쟁하려면 전략적으로 프로연맹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 윤정환 감독은 “K리그가 여러 규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시아 무대 등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고민이 필요하다. 그저 돈이 많이 든다고 볼 게 아니라 축구의 산업화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구단의 예산 증액이 아니라 현재 K리그1 외인 최대 6명 보유, 4명 출전 등 규정부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