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폭행·사기…그리고 이모의 횡령까지, 유진박의 끝없는 상처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또다시 재산을 둘러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족, 그것도 친이모가 문제로 보인다.

유진박은 이모 A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상은 무려 56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예금, 연금자산이었다.

유진박 측에 따르면 이모 A씨는 예금 28억 원과 현금 200만 달러를 본인의 동의 없이 사용했으며, 연금보험 수익자 명의도 자신과 자녀로 바꿔놓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위임을 받았다”는 입장이나, 검찰은 지난달 소환조사를 벌인 후 출국금지를 내렸고 현재는 출석의사를 밝히며 해제된 상태다.

◇감금→폭행→사기→횡령, 천재의 인생에 끊이지 않는 그림자

1990년대,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동양계 바이올리니스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유진박.

그러나 무대 밖의 삶은 늘 기구했다. 과거 매니저에게 감금·폭행을 당했고, 재산을 몰래 처분당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번에는 가족이 그의 재산에 손댔다.

이미 정신질환을 앓아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했던 그가 또다시 재산을 둘러싼 갈등에 휘말린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경악에 가깝다.

특히 유진박은 “수익은 변호사가 모두 관리 중이라 괜찮다”고 밝혔으나, 관리 시스템은 허술했고, 감시는 사실상 부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돈보다 중요한 건 ‘신뢰 관리 시스템’

유진박의 사례는 단순한 사기사건이 아니다. 재능과 명성을 가진 취약계층 아티스트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부모·매니저·지인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반복적으로 재산과 심신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꽤 있다.

‘법정 후견’도 만능은 아니다. 실제로 A씨는 후견인 선임을 놓고 재판을 벌였고, 본인이 원하는 인사가 채택되지 않자 재판을 취하했다.

이후에도 계속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은 감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어떻게 지켜야 하나…돈 관리,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전문가들은 연예인·예술인처럼 외부 의존도가 높은 이들의 자산 관리는 다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 관리하는게 기본이며, 여기에 이중 감시 체계를 갖추라고 강조한다. 가족, 법률 대리인, 혹은 회계법인 등 다중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연금·보험 등은 수익자를 확인후 서명해야 하며, 무엇보다 스스로 디지털 자산추적을 할 수 있어야한다. 예금·부동산 등의 조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감시하라는 조언이다.

지금도 무대에 오르는 유진박의 재능은 여전하지만, 돈은 또다시 놓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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