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MBC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이 여전히 방송에 출연하면서 ‘말뿐인 사과’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개월간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고 오요안나 씨가 선배 기상캐스터들로부터 사회 통념상 정당화되기 어려운 수준의 반복적인 언행을 당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공식 인정했다. 노동부는 MBC에 총 6건의 노동법 위반을 통보하고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MBC는 1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며 “괴롭힘이 있었다는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현용 앵커는 방송 말미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고, 회사 측은 상생협력 담당관 신설, 제3자 신고 시스템 도입, 프리랜서의 근로자성 법적 검토 등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사과 직후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이 방송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19일에는 고인의 동기였던 금채림 캐스터가 예보를 맡아 일시적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다음 날인 20일 아침 ‘뉴스투데이’와 ‘12 MBC 뉴스’에서는 김가영, 이현승 캐스터가 예정대로 날씨 예보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특정 기상캐스터에게 ‘가해자니까 하차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자진 하차 유도도 신중히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부의 공식 공문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정식 대응은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특별감독에서 노동부는 고인이 법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렵다고 봤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사내 공채처럼 뽑아놓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요안나 씨는 2021년 입사 이후 2년 넘게 프리랜서 신분으로 기상캐스터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내부 인사 보호 장치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고인은 2023년 9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이후 휴대폰 속 녹취·메모·대화기록 등이 공개되며 괴롭힘 정황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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