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은 겉보기에는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처럼 보인다.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실행 방식에 있다. 안양시민 다수가 모르는 사이, 안양시 예산에서 약 70억 원이 이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총 1,410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소비쿠폰 사업은 중앙정부가 설계하고, 지자체에 일정 비율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양시는 그 중 7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의 재정자립도는 30.6%, 재정자주도는 62.5%에 불과하다. 이미 빠듯한 예산으로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정도의 추가 지출은 분명히 큰 부담이다.
이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되돌아온다. 도로 보수, 교통 개선, 복지 확대, 청년 일자리 같은 생활밀착형 사업에 들어갈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비쿠폰을 통해 단기적인 혜택은 느껴질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시민 일상 곳곳에서 체감되는 불편함으로 돌아오게 된다.
더구나 이번 사업은 안양시가 자율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정하고, ‘국비로 먼저 집행한 뒤 추경으로 시비를 편성하라’는 방식으로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구조다. 시의회 논의도 없었고, 시민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정책의 집행과 비용 부담만 남겨진 셈이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자원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지역의 핵심 사업이 밀려나고, 시민 삶의 질이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무너진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계속되면 그 부담은 다음 세대에게 ‘빚’이라는 이름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안양시의 예산은 안양시민의 삶을 위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설계한 전국 단위 정책이라면, 그 비용 또한 중앙정부가 전액 책임지는 것이 맞다. 과거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도 처음에는 지방비가 포함되었지만, 결국 전액 국비로 전환된 바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소비쿠폰 정책이 진정한 민생 회복을 목표로 한다면, 그 과정에서 안양시민의 삶이 무거워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의 분담 구조를 전액 국비로 전환하고, 안양시의 재정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시민의 세금이 시민을 위해 쓰이지 못하는 현실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안양시의회 허원구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