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프리에이전트(FA) 4년 총액 78억원의 무게를 끝내 이겨내지 못한 모습이다. 한화 엄상백(29) 얘기다. 시즌 내내 부진을 반복 중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동안 김경문(67) 감독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설득력을 잃었을 정도다. 여러 차례 기회를 받았지만, 변화가 없다. ‘부담감’이 실력 발휘를 가로막는 족쇄가 됐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지난 9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1위 쟁탈전’이라 불릴 만큼 중요했다. 엄상백의 부진이 뼈아팠다. ‘상승세 흐름’을 LG에 내줬다.

시즌 초반부터 좋지 못했다. 4월 평균자책점 5.82, 5월 7.4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FA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주고자 한다”며 믿음을 보냈다.
6월 평균자책점 5.95로 다소 나아진 모습이었다.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7월 9.49로 다시 추락했다. 8월에는 54.00이다. ‘폭망’에 가깝다. 결국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김경문 감독도 쓴소리를 남겼다. 김 감독은 “LG와 1위 싸움 중이라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잘 던졌다면 우리 팀에 큰 힘이 됐을 텐데 너무 못 던졌다”고 직설적으로 평가했다.

올시즌 엄상백은 평균자책점 7.42, 1승7패를 기록 중이다. 안타율은 0.333, OPS는 0.950으로 ‘A급 타자’에 버금가는 수치를 기록 중이다. 투수에게 ‘수모’라면 수모인 기록이다.
못 던지는 이유가 ‘부상’ 때문에도 아니다. 최근 2군에 내려간 뒤 MRI 검사를 치렀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결국 문제는 ‘멘털’이다. 흔들려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엄상백에게 이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최근 등판 경기인 LG전에도 마찬가지다. 1회말 첫 타자 신민재와의 14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흐름이 깨졌다. 멘털 역시 흔들린 모양새. 애초 시속 150㎞를 던졌는데, 구속이 갑자기 시속 143㎞까지 떨어졌다. 이후 연속 안타는 물론 볼넷까지 내주며 무너졌다.
김 감독도 흔들리는 멘털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FA 첫해 부진한 선수가 많다. 부담감 때문이다. 엄상백도 그런 경우”라고 짚었다.
이어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엇박자가 났지만, 2군에서 정비 후 다음 등판은 나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G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다시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잔여 경기가 30경기 정도 남았다.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선발 한 축으로 기대했던 엄상백이 가세하지 못하면 투수 운용은 더 어려워진다.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엄상백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부담감을 떨치고 ‘돈값’을 하는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