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윤식 기자]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후반기 타율 3할을 때리는 타자가 사라졌다. ‘타격의 팀’인데, 방망이가 애를 먹는다. 그래도 기댈 곳이 없진 않다. 전반기 좋지 않았던 불펜이 살아났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롯데에 큰 힘이다.

후반기 다소 불안한 롯데다. 2위 한화와 차이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SSG에 추격을 허용했다. 턱 밑까지 따라잡힌 건 아니지만, 흐름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격에서 힘이 빠졌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현재 내려가는 사이클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득점권에서 무서운 모습을 보이던 전준우도 햄스트링으로 전력을 이탈했다. 악재가 겹친다.

그래도 마냥 우울한 건 아니다. 좋았던 타선이 침체를 겪자, 불안했던 불펜이 힘을 내기 시작한 것. 12일 기준 롯데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2.48로 전체 2위다. 1위 SSG(2.46)와 차이도 크지 않다. SSG 불펜은 시즌 내내 최상위권이다. 후반기 롯데 불펜 흐름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시즌 롯데 팀 평균자책점은 4점을 넘긴다. 상위권에 자리한 팀치고는 높은 편이다. 선발도 불안했는데, 불펜도 흔들렸다. 믿을 만한 확실한 필승조가 부족했다. 전반기 롯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4.87로 8위였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2점대를 찍으니, 반전이라고 할 만하다.

정철원이 눈에 띈다. 올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반부터 필승조로 활약했다. 20개 넘는 홀드를 적고 있다. 그러나 전반기에 기복을 보이기도 했다. 전반기를 평균자책점 4점대로 마쳤다.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 후 다시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0점대.

‘아픈 손가락’ 윤성빈도 불펜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그렇게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데 그냥 둘 순 없지 않나”라고 윤성빈을 향한 강한 신뢰를 보낸 바 있다. 후반기 불펜에서 이 믿음에 보답 중이다. 시속 150㎞ 중반대 속구가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김강현, 김원중 등도 꾸준히 좋은 투구를 펼친다. 최준용이 지난 6일 어개 통증으로 말소된 건 아쉽다. 김태형 감독 역시 “최준용이 빠지는 것은 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홍민기라는 자원이 있다. 전반기부터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타선이 잠잠해진 상황이다 보니, 마운드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많은 점수를 낼 여건이 안 되면, 적은 점수 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후반기 강한 불펜을 자랑한다. 롯데가 충분히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skywalk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