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그만두고 뒤늦게 서울예대行…연기에 인생 바친 1949년생 배우의 마지막 길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수많은 작품에서 묵직한 조연으로 활약했던 원로배우 故 이문수가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11월 28일 밤 별세한 고 이문수의 발인식은 1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학교병원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장지는 에덴추모공원이다. 고인은 2022년 폐암 판정을 받은 이후 약 3년 동안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949년 3월 경기도 양평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젊은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먼저 공무원 생활을 택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끝내 버리지 못했고, 뒤늦게 서울예술전문대학에 입학해 꿈을 좇았다. 졸업 후 국립극단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누구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누구보다 오랫동안 무대를 지킨 이력이다.
연극 무대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심판,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1984 등 굵직한 작품에서 쌓은 내공은 영화와 드라마로 이어졌다. 스크린에서는 장진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맺으며 이른바 ‘장진 사단’의 감초 배우로 자리 잡았다. 헬로우 고스트를 비롯해 거룩한 계보,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바르게 살자, 퀴즈왕 등에서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웃음과 여운을 동시에 남겼다.
안방극장에서도 그의 얼굴은 낯익었다.
tvN 시그널에서는 이재한 형사(조진웅)의 아버지로 분해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tvN 도깨비에서는 고려시대 김신(공유)의 시신을 지키는 노인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장면을 완성했다. SBS 대물, 마이더스, tvN 나빌레라, 고스트 닥터 등에서도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연기로 존재를 각인시켰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유니콘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오랜 연기 활동의 공로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 수훈으로도 이어졌다. 연극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따뜻한 인간미를 전해 온 ‘명품 조연’의 이력에 걸맞은 훈장이다. kenn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