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生-지구라는 터전에서' 展 가운데 삼청동 폐업상점 윈도 전시



[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 코로나19 서울, 경기도 양수리, 호주 애덜레이드를 CCTV 영상으로 연결해 관람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달 초부터 오는 3월 27일까지 열리는 '공 + 生 - 지구라는 터전에서' 展이 화제의 전시. 제각각 다른 존재이지만 지구라는 터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도심 속 윈도전시와 자연과 일상으로 스며드는 전시를 시도했다.


산업 문명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석연료가 낳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되었다고 한다. 과학자들마다 이야기하는 수치는 다르지만 0.5~1도만 더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또는 한층 더 무서운 각종 병원이 쇄도해 인류의 멸종이 멀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생각해본다. 어디로인가 끊임없이 내달음질치고 있는 우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인류가 숨 가쁘게 달려온 길을 마주해본다. 전시를 통해 사람과 미생물, 풀, 나무, 뼈 정령들과 현대인의 창, 미디어가 모두 평화롭게 공생하는 무릉도원을 그렸다.


오는 3월27일까지 열리는 '공 + 生 - 자연과 일상'은 게릴라 전시로, 북한강 배경의 앞마당과 프라이빗 모임이 있는 커피 연구소의 일상 속으로 예술이 스며든다.


오는 28일까지 진행 중인 '공 + 生 - 도심'은 폐업상점 윈도전시로, 폐업상점이 즐비한 도심 속 문화예술관광의 중심거리 삼청동을 지나다가 예술을 만난다.


3월27일까지 관람객과 만나는 '공 + 生 - 거주지'는 장위동의 지하주차장 윈도전시로, 다세대 주택 앞에 위치한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지하주차장 공간에서 예술이 피어난다. 뼈 숲에서 풍요롭게 살찐 미생물이 소뼈 정령들과 노닥이고 그 속에서 풀잎이 피어난다. 미생물과 뼈 정령들은 북한강 앞 성황당 나뭇가지를 타고 노닐며 지구의 안녕을 기원한다. 매체를 통해 먼 곳에 있는 나무와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되기를 소망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문명사회에서 조용히 숨 쉬며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놀이터를 만드는 도예조형 작업을 하는 허미정은 "인간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과의 평화로운 공생을 꿈꾸며 오늘도 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소뼈를 소재로 설치작업을 하는 장신정은 "죽음 이후에 남는 유일한 물질이자 포유류로 살아가기 위해 몸을 지탱시켜주는 뼈를 마디마디 쌓아 올린 시티스케이프 설치를 통해 우리 인류가 구축한 물질문명의 본질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두 달여간의 전시기간 동안 콜라주하듯 새로운 조형설치작품을 함께 만들고 변화시켜가며 콜라보레이션 예술 놀이를 시도 중이다.


조형설치작업을 하며 호주 애들레이드에 거주하고 있는 조나단 김은 미디어를 통한 영상이 실재의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교류가 힘들어지면서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 구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열린 문으로 나아가면 자(自)는 사라지고 타(他)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가 타가 되는 것은 공존이고 그 시작은 문을 여는 것"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애들레이드, 양수리, 서울에 각 전시장을 CCTV로 실시간 연동시킨 영상이 상영되는 TV모니터를 설치해 지속가능한 교류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과 대화하듯 17년이란 시간동안 충북 예산의 느린 나무를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기완은 "나무와 나의 '우리'라는 이 울타리는 얇고 가느다란 선이다. 이 선은 언제고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 선은 경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자유이며 해방인 동시에 존중이라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토리를 담은 조형설치 작업을 하는 김상일은 양수리 야외 공간에 '하늘로 가는 화차'를 선보인다. 그는 "열차는 궤도를 벗어나 달릴 수 없다. 우리의 삶 또한 틀이라는 규제 속에서 살아간다. '하늘로 가는 화차'에는 궤도가 없다. 자유로운 여행이다. 화차는 연기를 내뿜어낸다. 바람이 인도하는 대로 하늘 길을 찾아간다. 그리곤 푸른 하늘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우리의 일상처럼 작가들이 작품으로 표현하는 제각기 다른 층위의 이야기들은 전시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연결된 내러티브로 존재한다.


우리는 윈도를 통해 그 창 너머의 세계를 바라본다. 바라봄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세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현실을 반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전시라는 윈도 속에 담긴 상상 속의 풍경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지구라는 터전에서 더불어 공생하는 삶에 관한 열린 나눔의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전시의 목표다.


지난 18일에는 폐업상점 윈도전시에서 김수창 DJ 아티스트가 어쿠스틱과 도회적 감각의 비트 감성의 음악을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전시를 기획한 장신정은 "세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전시 해프닝을 기획하며 예술을 매개로 누구나 함께 질문하고 상생할 수 있는 예술 팬데믹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헬프만 아카데미의 펀딩후원과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의 공간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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