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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LG 류지현 감독의 현역시절 별칭은 ‘꾀돌이’였다.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데다 야구 센스가 좋아, 상대의 작은 허점을 곧잘 파고들었다.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류 감독의 지략은 요소요소에 빛났다. LG가 1994년(81승45패) 이후 28년 만에 시즌 80승 고지를 돌파한 데는 류 감독의 작전이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됐다.
SSG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앞둔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류 감독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에 선수들의 출중한 작전수행 능력이 한몫했다”고 말했다. 더블스틸이나 페이크 번트 앤드 런 같은 정석 플레이뿐만 아니라 상대의 태그업 어필을 틈타 홈을 노리는 등의 기민함도 눈에 띄었다.
‘LG 야구는 다소 거칠다’는 선입견을 류 감독 취임 후 조금씩 상쇄했다. 세련미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고급야구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빈도는 높아졌다. 틀이 갖춰졌으니, 이대로 경험을 쌓으면 LG의 색깔로 정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타선이 살짝 침체했다. 팀 타율(0.270) 1위자리를 KIA(0.272)에 넘겨줬다. 9월로 범위를 좁히면 19경기에서 0.250(8위)에 그쳤다. 탄탄한 마운드의 힘으로 타선 침체를 상쇄하고 있다. SSG도 상황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18일 문학 두산전부터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LG의 방패가 SSG의 창을 막아야 하는 형국이다.
타선이 침체하면, 점수를 짜내야한다. 류 감독의 지략이 빛을 발해야 하는 시기. 류 감독은 “시즌 때 활용한 작전도 있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시즌에 딱 한 번 활용하기 위해 꼭꼭 숨겨둔 작전을 이날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상황이 발생해야 작전도 구사할 수 있어, 타자들이 최대한 출루에 집중해야 한다. 류 감독에게 숨겨둔 작전 하나만 공개해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해봤다. 그는 “그걸 어떻게 말하느냐”며 껄껄 웃었다. 숨겨둔 비장의 무기는 경기 중에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꾀돌이’가 지략을 꺼내들 타이밍, 이날 경기의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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