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시도는 많은데 성공률은 낮다. 신인급 프로선수들의 한결같은 특징이다. 치고 달리는 건 잘하는데 번트와 같은 작전야구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아마야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고교야구 선수의 훈련량이 부족하기 때문. 디테일을 갈고 닦을 시간이 모자란다.

최근 아마 선수들은 겉으로 보이는 구속과 같은, 하드웨어 가꾸기에 매몰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 선수들을 매도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용물이 아닌 포장지를 다듬을 시간밖에 없다. 선수들은 주말에도 경기를 뛰느라 쉴 틈이 없다.

그래서 기본기보다 포장지에 더 신경을 쓴다. 상품의 포장이라도 괜찮아야 잘 팔린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속 빈 강정이다. 포장을 벗겨내면 내용물이 부족하고 알맹이가 없다.

프로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한탄하는 이유다. 선수를 뽑았는데 프로무대에 쓰기가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그렇다고 2군에서 키워 쓰기도 힘들다. 부상선수가 급증하며 2군에서도 뛸 선수가 부족하다. 선수들은 디테일을 다듬지 못한 채 경기를 뛰고 있다.

드러난 것처럼 번트, 진루타, 런앤히트, 주루플레이, 수비송구 등 각 부문이 미숙하다. 그런데 세밀한 플레이는 매우 중요하다. 자기 주도적 플레이의 기본 바탕이라 그렇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성장은 더디고 결국 도태된다.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선수 자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등학교 지도자 대다수가 선수 육성에 볼멘소리를 낸다. 프로야구 2군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아마 가장 힘든 건 부족한 선수를 기용해 승리해야 하는 1군 감독일 거다. 다들 이래서 힘들다. 저래서 힘들다고 한숨을 쉰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길은 보인다. KBO가 중심이 되어 공론의 장을 열면 된다. KBO가 나서 아마 선수들의 학습권, 운동권, 3군제도, 독립야구 등 전체 야구의 틀을 재정립해야 한다. 여기에 현장의 절박한 호소를 녹여내면 된다.

고척돔을 지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야구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돔구장을 지었다. 그나마 지붕이 있기에 지금도 잘 사용 중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돔구장과는 수준 차이가 극명하다. 고척돔 건축 시 야구인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정작 선수가 필요한 부분을 간과한 결과다.

현재 MZ세대 선수들이 당면한 문제 해결법도 마찬가지다. 만날 모이는 야구인을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더 중심을 두면 된다. 경청의 범위는 반드시 확장해야 한다.

국내엔 헌신적인 고교지도자가 많다. 젊고 열정적인 아마 지도자들도 많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엘리트 야구인으로 구성한 그럴듯한 자리가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현실 야구에 반영해야 한다. 해결책은 다양성의 반영에서 나온다.

우리 야구는 시스템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과 이미 직면했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신인선수들의 기량 부족은 결국 팬들의 외면을 부른다.

포장에 치중한 선수들은 프로에 와도 버티지 못하고 1년 만에 잘린다. 디테일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KBO 허구연 총재는 어디서부터 부실 공사가 만연하는지 확인하고 고쳐야 한다. 해결책을 진짜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그곳의 하소연을 갈무리해 실행하는 게 총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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