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넷플릭스 ‘스위트홈1’에서 이진욱이 연기한 전직 살인청부업자 편상욱은 비밀에 꽁꽁 둘러싸인 인물이다. 유일한 그린홈 외부인이던 그는 크리처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복수심으로 사람을 죽였다. 자신의 복수가 끝난 뒤에는 그 무력을 선의로 사용했다.

시즌1말미 편상욱의 몸에 정의명(김성철 분)의 크리처가 스며들면서 편상욱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오직 정의명의 정신만 남았다. 정의명의 몸속에 있던 크리처는 서이경(이시영 분)의 남편 남상원(이신성 분)에게서 파생됐다.

‘스위트홈’ 시즌2 대본을 받은 이진욱은 난감했다. 어디까지 정의명인지, 남상원은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 빼야 하는지, 기본적인 설정부터 복잡했다. 결국 이진욱은 절반의 정의명과 편상욱을 선택했다.

이진욱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나리오 읽고 나서 ‘성철이를 어떻게 따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철이에게 대본을 읽어달라고 부탁도 했다. 녹음을 들었는데, 결국엔 성철이를 따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 정의명의 의식만 가져가자는 생각으로 인물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편상욱 스핀오프 만들자’며 이응복 PD 꼬시는 중”

시즌2에서 초반부를 이끈 건 편상욱과 차현수(송강 분)다. 편상욱은 괴물보다 더 지독한 인간을 제압하고 권력을 가질 마음으로 신인류 현수에게 접근했다. 표정변화 없이 과묵하기만 했던 이진욱의 얼굴에 헤픈 미소가 가득 서렸다. 사람을 죽인 뒤 이유 없이 웃곤했다. 시즌1에선 볼 수 없었던 변신이다.

“어찌 됐든 의명의 의식이 상욱을 지배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나 100%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오른쪽 눈만 연기했죠. 범죄자들의 거짓말을 판단할 때 오른쪽은 의지를 가진 표정이고, 왼쪽이 무의식이래요.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면 가짜웃음이라는 거예요. 오른쪽 얼굴만 이용하려고 했어요.”

이진욱의 ‘오른쪽 연기’ 의도는 작품에서 크게 조명되지 않았다. 편상욱의 활약이 2회에서 마무리되다 후반부에 재등장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추가된 인물의 서사에 비중이 커지면서 편상욱을 비롯한 기존 인물들의 비중이 확 줄었다.

“시즌2는 다른 이야기 같더라고요. 제 비중이 줄어든 건 아무래도 아쉽죠. 이응복 PD에게 ‘편상욱 스핀오프를 만들라’면서 꼬시고 있어요. 상욱이 가진 서사가 정말 멋있거든요. 원작하고도 매우 달라요. 흉터에 얽힌 이야기를 푸는 것만으로 충분히 드라마 하나가 나와요. 비록 아쉽긴 하지만 시즌3에서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여요.”

◇“연기를 천부적으로 잘 하진 않지만, 인성 덕분에 중간은 가”

이진욱은 이번 시즌에서 완전히 벗어던진다. 죽다 살아난 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등 라인을 모두 드러낸다. 하반신까지 홀딱 벗는다. 아무리 남자라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수 있다.

“남자는 노출에 관대한 편이잖아요. 노출 하느냐 안 하느냐는 그렇게 고민거리는 아니에요. 제가 하나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에 이해도가 높아요. 다만 노출을 위한 노출이라면 저도 거부감이 들었을 것 같아요. 상욱은 시체로 누워있었으니까 노출이 될 수밖에 없었죠. 좋은 몸을 꼭 가질 필요는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있어요. 상욱의 몸이 너무 좋은 것도 비현실적이거든요. ”

2006년 SBS ‘연애시대’로 데뷔해 숱한 히트작을 남겼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불편한 논란을 얻었고, 한동안 작품 활동을 줄였다. 사실상 ‘스위트홈’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다. 넷플릭스 ‘이두나!’에 이어 ‘오징어 게임’ 시즌2에도 출연한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찐아들’로 불린다.

“의도한 바는 아닌데, 사이는 좋아요. 하하. 저는 연기를 천부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적절히 탐구할 줄 알고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요.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면, 인성이 좋아야 해요. 호감을 얻는 능력이 없다면, 연기를 위대할 정도로 잘해야죠. 저는 합리적으로 행동해요. 그러면 중간 이상은 가는 것 같아요.”

이진욱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멘탈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멘탈관리법에 대해 “과거를 흘려보고 문제는 빨리 해결법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깊고 진지하게 생각하되 얽매이지는 말자는 게 있어요. 과거는 보통 흘려보내려고 해요. 어떻게든 평온해지려고 하죠. 문제가 생기면 밤새 생각하고, 빨리 문제를 찾아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생각보단 예술성을 발휘하는 게 더 좋을 수 있어요. 그러면 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죠. 개인의 삶은 비참해질 수 있어요. 저는 올바르고 밝게 잘 살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