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자신의 삶을 바라볼 때 좁게 보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지라고 말을 한다. 너무 눈앞의 목표나 성공에만 집중하면, 다른 기회들을 놓치거나 자칫 큰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 모든 것을 아울러 볼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 여유도 가지라는 의미다. 이런 넓은 시야는 비단 인생을 설계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호신술에도 넓은 시야는 필수다.
상대의 뻗어오는 주먹을 막으려면 어디를 봐야 할까? 초보자들은 대부분 상대의 주먹을 뚫어지게 본다. 상대가 주먹을 뻗기 전부터 이미 시선은 상대의 주먹에 꽂혀있으며, 주먹이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면 정말 레이저라도 나가듯 눈에 힘을 주고 주먹의 이동에 따라 시선을 이동시킨다. 지난주 칼럼에 링크된 영상을 다시 한번 보자. 필자가 휘두르는 주먹을 막는 초보 수련생의 눈을 보면 잔뜩 긴장한 채 주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 어떠한 훈련도 되어 있지 않다면, 자신에게 날아오는 무기에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긴장’이 그렇게 시야를 좁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훈련을 통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럼 어디까지 시야를 넓혀야 할까?
일단은, 주먹만 쳐다보는 것에서 벗어나자. 상대의 무기는 주먹만이 아니다. 주먹도 두개나 있고, 발차기가 날아올 수도 있고, 잡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먹만 쳐다보면, 상대가 ‘이거 쓰는 척 하다가 다른 무기를 쓰는’ 페인트 동작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먼저 가상의 사각형을 하나 만든다. 이 사각형은 상대의 어깨 바로 아래 팔 부분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중간쯤까지 걸쳐져야 한다. 왜 이런 범위가 만들어지냐고? 자신의 몸 앞에 이런 사각형을 만들어보자. 이제 앞에 있는 누군가에 팔이나 다리를 뻗어보자.
사각형 안에 들어있는 팔 위쪽 부분, 그리고 허벅지, 골반 등이 움직이지 않고 상대에게 팔, 다리를 뻗을 수 있는가? 즉, 이 사각형 안에 보이는 신체 부위가 움직이면 바로 그때가 공격이 들어오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어느 부위로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위의 훈련이 충분히 되면 이제 상대 몸 전체가 다 들어가는 사각형을 만든다. 상대의 어깨너비만큼 가로로 넓은 사각형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초점을 상대에게 맞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와 함께 뒷배경까지 모두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초점을 넓게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훈련을 거듭하면서 이 사각형은 점점 더 넓어져야 한다.
이렇게 뒷배경까지 모두 알아볼 수 있도록 시야와 초점을 넓히는 이유는 여러분이 연습하는 것은 격투스포츠가 아니라 호신술이기 때문이다. 호신술 상황은 자신 앞에 적이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있을 수도 있으며 언제든 기회가 되면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명의 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야에 담을 수 있어야 하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탈출로를 찾거나 저 뒤 배경에 누군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지나가는지를 순간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글로는 간단해 보이는 훈련이지만, 연습 과정은 절대 쉽지 않으며 또 오래 걸릴 것이다. 자신에게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에서의 공포와 긴장을 극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운동 파트너와 함께 매일 연습해보자.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