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KBO리그 역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베테랑 이민호 심판이 옷을 벗었다. 심판 계약해지는 최초다. 문승훈-추평호 심판도 정직 3개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정도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인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이민호 심판은 계약해지다. 문승훈 심판은 규정이 정한 정직 기간 최대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하고, 정직이 종료되면 추가 인사 조치한다. 추평호 심판은 정직 기간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한다.
KBO 고위 관계자는 “심판 계약해지는 최초 사례다. 내 기억으로 인사위가 열린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중대 사안이었다.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사안이다”고 짚었다.
이어 “인사위 논의 결과 중징계가 나왔다. 혼선은 있을 수 있다. 그 순간 심판진이 바로 인정했다면 이렇게까지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리그 전체에 너무 파장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른 KBO 관계자는 “중징계를 바탕에 깔고 인사위가 진행된 것이 아니다. 이번 사안을 객관적으로 살폈고, 징계를 확정했다. 공정성 훼손은 중대 사안이다. 외부에서 법률전문가까지 함께했다. 법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심판은 KBO 정직원이다. ‘계약해지’라고 나왔지만, 결국 해고로 보면 된다. 내부 규정에 따른 용어가 달라서 그렇다. 심판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KBO와 심판간 계약을 해지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NC-삼성전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3회말 주자 1루 상황에서 NC 이재학이 삼성 이재현에게 2구째 공을 던졌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문승훈 구심에게도 신호가 갔다. 그러나 심판의 콜은 없었다. 2구 순간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세이프. 순간적으로 심판이 신호를 놓친 모양새다.
카운트 3-1에서 이재학의 5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풀카운트가 됐다. 이때 강인권 감독이 나왔다. 2구가 스트라이크였으니 삼진이라는 어필이다. NC 더그아웃에 비치된 태블릿으로 뒤늦게 2구가 스트라이크라는 정보가 도달했다.
4심 합의에 들어갔다. ‘심판진이 놓쳤다. 그러나 지금은 정정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양해를 구했으면 될 일이다. 다른 선택을 했다. “볼로 인식했다고 하라. 빠져나갈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이 중계에 고스란히 잡혔다.
판이 커졌다. NC는 격분했고, 팬들도 분노했다. ABS 관련해 각종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 심판이 ‘불신’의 씨앗을 심고 말았다. 아무 잘못도 없는 ABS가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KBO가 움직였다.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잘못에 대한 벌을 준다’는 것은 같다. ‘결’이 다르다. 인사위는 잘잘못을 따져 징계하는 것을 넘어 ‘거취’까지 결정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중징계를 예고한 것과 다름없었다.
실제로 전에 없던 징계가 나왔다. 무려 해고다. 2200경기 이상 출전한 베테랑 심판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옷을 벗는다. 문승훈 심판은 3개월 정직이지만, 추가 징계가 예고됐다. 추평호 심판의 3개월 징계도 크다.
KBO가 작정하고 나선 모양새다. 허구연 총재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ABS다. 사실 심판들도 환영했다. 판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판이 ABS에게 잘못을 떠넘기려 했다. 모두가 알게 됐다. ‘이제 심판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말았다. 리그 전체에 미친 파장을 봤을 때 중징계는 불가피했다. 결국 심판이 자초한 일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