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메이저리그(ML)에서 돋보이는 요즘이다. 또 한 번 역수출 신화를 만들 이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릭 페디는 지난해 한국에서 180.1이닝 20승 6패, 평균자책점(ERA) 2.00을 기록했다. 거기에 209개의 삼진까지 잡으며 ‘언터처블’한 시즌을 보냈다.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2023시즌 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수비상까지 휩쓸었다.

페디의 활약에 ML도 눈독을 들였다. 화이트삭스와 뉴욕 메츠가 경합을 벌였다. 결국 화이트삭스가 승리했다. 2년 1500만 달러(약 204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금의환향이다.

올시즌 화이트삭스 선발진 ERA는 5.55로 ML 28위다. 선발진 이닝은 167이닝으로 꼴찌다. 페디는 선발진이 무너진 화이트삭스에서 강력한 1선발로 자리 잡았다. 7경기 39이닝 2승 ERA 3.46을 기록했다.

흔들릴 때도 있었다. 지난 5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는 볼넷과 안타로 주자를 쌓았다. 5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래도 이 경기 전까지 페디는 ERA 2.16로 활약했다. 또 한 명의 KBO리그 역수출 히트작으로 자리잡고 있다.

종아리 부상 때문에 삼성과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 알버트 수아레즈의 활약도 눈에 띈다.

ML 공식 홈페이지(MLB.com)은 지난 7일 24명의 현직 메이저리그 구단 임원들에게 올시즌 최고의 계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카고 컵스의 이마나가 쇼타가 9표,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4표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1표씩을 받았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은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수아레즈다. 수아레즈는 삼성과 헤어진 직후인 지난해 9월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17일 미네소타와 경기에서 7년 만에 ML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달 22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5.2이닝 4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의외의 인물이 활약해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 소속이었던 벤 라이블리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블리는 KBO리그에서 36경기 10승 12패 ERA 4.14를 기록했다. 컨디션 난조를 자주 겪어 삼성 불펜에 과부하를 안겼다. 결국 어깨 통증으로 교체됐다.

라이블리는 지난해 신시내티에서 19경기 4승 7패 88.2이닝 ERA 5.38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 방출됐다. 이후 클리블랜드와 1년 75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18일 보스턴과 경기에서 3안타(1홈런) 1볼넷 7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클리블랜드 타선의 득점 지원이 없는 탓에 패전을 안았다. 이후 최근까지 4경기 1승 1패 21.2이닝 ERA 2.08의 성적을 기록했다.

SK에서 활약했던 메릴 켈리가 애리조나에서 에이스로 올라섰다. 켈리로 인해 역수출 신화 시작점이 찍혔다. 두산 출신 크리스 플렉센, 조쉬 린드블럼, 롯데 출신 브룩스 레일리 등도 그렇다. 켈리를 포함한 네 투수 모두 KBO리그를 경험한 후 ML 보장 계약을 맺었다.

한국행 비행기가 빅리그 커리어 단절은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반등하고 맹활약하면 다시 빅리그의 문이 열린다. 역수출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