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클래스는 영원하다. 몇차례 부진할 수 있지만 정상궤도에 오르면 꾸준히 임무를 완수한다. 7개월 동안 144경기를 치르는 야구가 특히 그렇다. 시즌이 긴 만큼 부진을 만회할 기회도 많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37)이 역대급 역주행을 시작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첫 8경기가 그랬다. ‘역시 류현진!’과 ‘류현진 맞아?’를 반복했다. 지난달 8일 사직 롯데전까지 평균자책점 5.65. 메이저리그(ML) 통산 평균자책점 3.27의 투수가 한국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진을 겪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난달 14일 대전 NC전을 시작으로 꾸준함을 되찾았다. 이날 6이닝 2실점. 5월19일 대구 삼성전 5이닝 무실점, 5월25일 문학 SSG전 6이닝 1실점, 6월6일 수원 KT전 6이닝 무실점, 6월12일 잠실 두산전 6이닝 2실점(비자책)이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 0.93. ‘괴물의 귀환’을 알린다.

실투가 줄었고 구위도 향상됐다. 콘택트 위주로 타석에 서는 한국 타자들의 습관도 다시 적응했다. 상대를 파악하면서 류현진 특유의 강약 조절과 다채로운 볼배합이 빛난다. 지난 12일 두산전에서는 위기 순간 전력투구를 펼치며 최고 구속 시속 150㎞를 찍었다. 속구 평균 구속은 144㎞ 였으나 필요하면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진다. 올시즌 첫 8경기에서는 4회와 5회에 고전하곤 했는데 이제는 이른바 공을 던지는 체력이 충분히 올라왔다.

여러모로 이례적인 시즌이다. 1월까지 빅리그 잔류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 2월 중순 전격 한화 복귀가 결정됐다. 2월말 캠프에 합류했고 정규시즌 개막전 등판에 앞서 실전 소화는 3경기에 그쳤다. 프로 커리어 19년 중 가장 준비 시간이 짧았다. 반면 자신을 향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급히 페이스를 끌어 올렸지만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다.

베테랑답게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루틴에 충실하며 꾸준함을 바라봤다. 지난 12일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포수 이재원은 “일단 속구가 좋다. 위기 때는 속구로 가는 게 좋다고 제안했는데 고맙게 잘 따라와 줬다. 구위가 점점 올라오는 것 같다”며 “현진이는 능구렁이처럼 구위에 관한 얘기는 안 하는데 앞으로 더 올라올 것으로 본다”고 에이스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작이 전부는 아니다. 야구가 특히 그렇다. 초반 위기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2019년 양현종이 그랬다. 당해 양현종은 12번째 경기를 치른 5월31일까지 평균자책점 4.04였다. 하지만 이후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9의 괴력투를 이어갔다. 시즌 종료 시점에서 평균자책점은 2.29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해는 류현진이 당시 양현종의 역대급 역주행을 재현할 수 있다. 12년 전 구위로 KBO리그 타자를 압살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빅리그 경험을 통해 더 노련하고 세밀해졌다. 타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허점을 찌르는 능력은 최고 무대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사령탑의 믿음도 굳건하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에게 특별히 주문할 게 있겠는가. 그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만 꼭 얘기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2006년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류현진이 이글스파크 마지막 시즌을 함께 한다. 류현진과 함께 한화도 반등 기류를 형성한 만큼 이글스파크의 마지막도 연기될 수 있다. 정규시즌으로 끝나는 게 아닌 포스트시즌 이글스파크 경기가 목표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