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선=장강훈 기자] “이 지역분이 아니신가봐요?”

강원도 태백시의 한 식당 주인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관광객이 많은 동해안 일대와 달리 강원도 산골 마을에는 관광객 보기가 쉽지 않은 눈치였다. 태백시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하이원리조트에서 여자골프대회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은 그는 “대회 기간에도 손님이 늘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정은 정선군도 비슷했다. 마침 5일장이 열리는 기간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이 개최됐지만, 이른바 ‘대회특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정선을 비롯해 경기, 밀양, 진도 등 전국에서 울려퍼지는 아리랑 가락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정선 아리랑박물관은 주말에도 한산했다.

유명 관광지나 대도시 인근이 아닌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에서 프로 대회가 열리면, 지역 축제로 격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더구나 대회가 열리는 지역은 운탄고도로 특히 겨울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설산이 절경이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와 능선을 잇는 자연경관을 즐기기 충분하다.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정선, 태백을 거쳐 삼척 소망의 탑까지 강원도내 폐광지역 4개 시·군 석탄 운송길과 숲길 등을 연결한 트래킹 코스는 그 길이만 173.2㎞에 이른다. 이 운탄고도에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이 열린 셈이다. 관광을 가미해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로 발전하기 좋은 요건을 갖춘 대회였다는 얘기다.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올해 테마는 이른바 ‘정영태삼’ 폐광촌 활성화에 주목했다. 폐광지역 특산물을 갤러리 플라자에서 판매하고, KLPGA투어 선수들의 애장품 경매를 통해 지역 스포츠 꿈나무를 지원하는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대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번홀 티잉 그라운드 주변에 스탠드를 설치해 하이원리조트 주변 경관과 선수들의 티샷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노력한 흔적도 보였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골프에 관심없는 사람은 대회가 열리는줄도 몰랐다”거나 “겨울에는 스키타는 사람들이 종종 들르지만, 여름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시큰둥하다. 프로야구와 축구에 이은 3대 프로스포츠라고 자부하는 KLPGA투어의 실체가 이런 모습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영태삼’ 지역 박물관이나 전시장 등을 방문하면 입장료 상당액을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가령 아리랑박물관 입장료는 ‘정선사랑 상품권’으로 100%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런 상품권으로 갤러리플라자에서 판매하는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다거나, 반대로 대회 입장권 구매료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지역 내 주요 음식점이나 시장, 마트 등에서 쓸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더라면 어땠을까.

갤러리 셔틀도 5일장이 열릴 때는 장터로, 폐광역사촌으로, 청령포로, 해바라기 축제장으로, 야시장으로 운행했더라면 공존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강원랜드는 준공기업인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비롯해 정선군청과 강원도개발공사, 강원도청, 삼척, 태백시청과 영월군청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도와 시군 협조가 어렵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소도시에서 프로 스포츠대회를 유치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대회를 잘 치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호흡해야 한다. 정선에서 KLPGA투어가 열리는지 조차 모르는 지역민이 대다수라면, 대회 홍보를 전혀 안한 꼴이다. 때문에 “프로암 행사만 잘치르면 90% 이상 끝난 것”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온다. 프로대회가 지닌 의미와 가치, 적어도 KLPGA는 모르는 인상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