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겁부터 난다.”
그라운드에서 자꾸 선수가 다친다. 골절 등 크게부상한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하는데 거꾸로 ‘몸을 사려야’ 한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그렇다. 인조잔디 필수 요소인 ‘충진재’가 빠졌다. 잔디 교체 주기도 이미 넘은 지 오래다. ‘관리 주체’인 경기도청은 예산을 핑계로 개선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스포츠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팀업 캠퍼스 야구장 2구장에서 최근 1년 사이 손가락 골절, 무릎 타박 등 부상사례가 5건 이상 접수됐다. 팀업 캠퍼스는 독립리그, 대학야구, 고교야구 등 아마추어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부상 원인은 명확하다. 잔디 아래 충진재가 없다. 충진재는 필수 자재다. 여러 역할을 하지만, 충격 완화가 가장 크다. 이게 없으면 그냥 ‘맨바닥’에서 치고, 달리고, 슬라이딩하는 것과 같다. 부상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야구장이 아닌 ‘부상장’이다.

게다가 이 구장은 2016년 조성된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잔디를 교체하지 않았다. 8년째다. 인조잔디 교체 권고 주기(5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또한 야구장 잔디는 최소 5.5㎝는 돼야 하지만 이곳은 3.5㎝에 불과하다. 길이가 짧으니, 충진재를 채울 수 없다. 해당 시설을 관리하는 경기도청 체육진흥과는 “시공사에선 인조잔디 교체 주기를 8년이라고 했다”며 “최근 들어서야 인조잔디의 최소 길이가 정해진 것으로 안다. 시공 당시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고 발을뺐다.
고교야구는 물론 독립야구단도 일제히 경기 일정을 철회했다.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는 “경기도청에 여러 차례 잔디 교체 및 충진재 보충을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이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위험하다. 선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협회는 해당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를 모두 일정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겁나서 못 쓰겠다’에 가깝다.
경기도 체육진흥과는 “예산실에 신청해도, 잔디 교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승인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개선 조처를 하지 않겠다는 듯한 뉘앙스다.

현장에선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고교야구 한 지도자는 “선수들이 해당 구장에서 슬라이딩하는 날엔 무릎, 허벅지가 다 상처투성이가 된다. 지도자로서 선수 부상은 치명적”이라며 “잔디 교체가 안 되면, 이곳에서 경기를 안 하는 것이 맞다. 가장 의문인 것은 여러 선수가 다치는데, 경기도청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탁상행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독립야구 관계자도 “지금도 경기 일정 잡을 구장이 없다. 고등학교 야구장을 빌려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다. 팀업 캠퍼스가 빠지면서 혼란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도 차원에서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잔디 교체 주기도 넘어섰고, 충진재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움직이지 않는가”라고 분개했다.
경기도청 체육진흥과는 “예산을 다시 확보해 충진재 보충과 잔디 교체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 이른 시일 내 내야 잔디부터 보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