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축구팀] ‘기다림의 미학’이다. 리더의 경험을 바탕으로 희생할 줄 아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문수 지단’으로 거듭난 보야니치(31·울산HD)다.

스포츠서울은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에 스웨덴 미드필더 보야니치를 선정했다.

이견이 없는 대활약이다. 울산은 지난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치른 전북 현대와 이번시즌 첫 ‘현대가 더비’에서 후반 20분 터진 보야니치의 벼락같은 중거리포 한 방으로 1-0 신승했다. 덕분에 2연승(1패·승점 6)을 내달렸다.

보야니치의 존재 가치가 뚜렷한 경기다. 전반에도 한 차례 골대를 강타하는 예리한 슛을 뽐낸 그는 결승골 뿐 아니라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중원의 핵이었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키패스 4회를 비롯해 패스성공률 91.7%(72회 시도 66회 성공)를 기록했다. 울산은 보야니치의 경기 조율을 앞세워 전북을 상대로 사실상 ‘반코트 게임’을 펼치며 디펜딩 챔프의 힘을 뽐냈다.

함마르비, 헬싱보리 등 자국 스웨덴 무대에서만 뛰던 그는 2023년 울산을 통해 처음으로 해외리그에 도전했다. 당시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그는 볼을 다루는 감각은 인정받았지만 전술적 움직임과 수비력 등은 지적받았다. 입단 첫해 리그 9경기 출전에 그쳤다. 게다가 그해 리그 2연패를 해낸 울산의 중원 경쟁은 치열했다.

보야니치는 흔들림이 없었다. 스웨덴 리그 시절 ‘캡틴’ 역할을 자주 해온 그는 벤치 신세에도 동료를 독려하고 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울산 관계자는 “당시 보야니치는 커리어에서 언젠가 어려운 시기가 올 텐데 오히려 팀이 좋을 때 겪게돼 부담이 덜하다더라. 주장을 오래 경험해서 그런지 외인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돋보였다”고 떠올렸다.

조금씩 K리그 스타일에 적응한 보야니치는 지난해 26경기에 출전하며 반전 디딤돌을 놨다. 특히 지난해 여름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엔 2선에서 프리롤처럼 뛰고 있다. 지난 동계전지훈련 기간 팀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이번시즌 3선에 김민혁이 한 차원 달라진 경기력을 뽐내는 가운데 보야니치는 조금 더 공격적인 구실을 하게 됐다. 수비력도 이전보다 개선됐다. 라카바, 루빅손, 엄원상 등 개인 전술과 활동량이 많은 2선 동료와 호흡도 잘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딸을 얻은 것도 보야니치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다. 해외에서 가장으로 더 책임감을 품는다. 또 이청용 등 베테랑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최강민 장시영처럼 어린 선수도 챙긴다고 한다. 울산 관계자는 “경기 스타일 뿐 아니라 그 외 국내 문화에 대한 적응을 확실히 한 것 같다. 어린 선수에게 살갑게 다가갈 줄 알고, 자신을 형 대우 안 하면 장난스럽게 뭐라고도 하더라. 팀에 중심이 되고 있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