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오키나와=김동영 기자] “전 묵묵히 준비하고 있어야죠.”

최초 5선발 구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젊은 투수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래도 베테랑답게 묵묵히 준비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답은 하나다. 잘 던져야 한다. 그 기회를 살려야 한다. 삼성 베테랑 왼손 백정현(38) 얘기다.

삼성의 2025시즌 선발진 구성은, 아리엘 후라도-데니 레예스 외국인 듀오에 원태인-최원태-왼손 이승현까지 5명이다. 문제는 부상이다. 레예스가 갈자기 발등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큰 부상은 피했다. 대신 개막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복귀 시점을 아직 특정하기는 어렵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도 페이스가 잘 올라오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다. 재활을 거쳐 1군 캠프까지 합류했다.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페이스를 올리다 잠시 스톱. 여차하면 원태인도 출발이 늦을 수 있다.

1~2명 선발이 더 필요한 상황. 애초 ‘6선발’로 대기하던 백정현 차례가 왔다. 박진만 감독이 “레예스가 개막전이 안 된다고 하면, 그 자리에 백정현이 먼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백정현은 2021년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을 찍었다. 단연 커리어 하이다. 이후 내림세다. 부상에 발목이 자꾸 잡혔다. 지난해에는 왼손 이승현이 선발로 올라오면서 자리가 더 줄었다.

올시즌을 벼른다. “어차피 누군가 나오면 밀리는 누군가가 나오는 법 아닌가. (이)승현이가 선발에서 잘해줬다. 다른 선수도 또 있다. 팀으로 봤을 때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이 길지 않나. 치르다 보면 부상이 나올 수도 있고, 안 좋은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나는 묵묵히 준비해야 한다. 팀이 필요할 때 어디든 들어가서 잘하려고 한다. 내 몫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도 준다. 포크볼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한 차례 시도했다. 그전에도 던진 적이 있다. 손에 ‘착’ 감기지 않았고, 뜻대로 던지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장착하려 한다.

백정현은 “지난해 체인지업이 많이 맞았다. 밋밋하더라. 포크볼을 던지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많이 던지면서 제구를 잡고 있다. 예전에도 던졌다. 힘으로만 던질 때라 팔에 무리가 갔다. 이제는 다르다.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 포인트를 찾았다고 할까. 경기에서 던져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퓨처스에서 선발로 돌며 콜업을 기다렸을 수도 있다. 부상자가 나오면서 이른 시점에서 1군 마운드에 오른다. 증명할 때다. 프로는 잘하면 자기 자리인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