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장르는 대체로 로맨틱코미디, 늘 선한 인물을 맡았다. 짜증을 내기도하고 역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착하고 선한 미소가 뒤따랐다. 데뷔 27년 차이지만, 아직도 악역을 맡은 적이 없다. 그래도 도전이 있었다. 장르물이다. 넷플릭스 ‘악연’이 첫 장르물 도전이다. 전에 없는 긴장감과 부딪혔다.

극 중 신민아가 주연은 과거 충격적인 성폭행을 당한 인물이다. 수십년이 지나 의사가 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았지만, 약 없이는 지내지 못한다. 매일 악몽과 사투를 벌인다. 환자가 던진 병에 파편이 얼굴을 찢고 나가도 괘념치 않는다. 겨우 이딴 게 진짜 아픔과 비교되지도 않으니까. 그 차가운 얼굴이 복수의 칼날을 간다. 고운 신민아의 얼굴이 어딘가 변했다.

신민아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JW매리어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연은 어려운 역할이었다. 큰 트라우마를 안고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악역도 안 해봐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있어 참여했다. ‘악연’ 촬영을 하면서 악역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청자 눈에도 쉽지 않은 역할이라는 게 훤히 보였다. 주연은 배우가 연기하기 가장 답답한 캐릭터기도 하다. 단 한 번 강하게 표출하는 것 없이 계속 참고 눌러야만 하는 인물이다. 안경남(이광수 분)이나 유정(공승연 분), 목격남(박해수 분), 사채남(이희준 분), 길룡(김성균 분) 등이 악에 받쳐 날 뛰는 형세에서 주연만 차분히 기다렸다. 그러다 가해자와 마주쳤다. 그럼에도 강한 대응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상황을 겪은 인물인데,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은 없었어요. 꿈에서 나름 표출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감정의 진폭이 크진 않았어요. 기술적으로 제약이 많았어요. 감정은 복잡한데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대신 현장은 매우 집중력이 좋았어요. 오랜만에 정말 집중하는 현장을 만났어요.”

악인들이 판치는 ‘악연’ 안에서 주연은 시청자들이 기댈만한 유일한 선이다. 딱히 액션이 크지 않고, 조용하지만 장르가 가진 긴장감과 정확히 맞닿는다. 무표정으로만 있을 뿐인데 작품이 가진 서스펜스가 확 커지는 인상이다.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해요. 감독님 의도와 제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감상이에요. 제 얼굴에 긴장감이 있다니 즐겁네요. 이번에 악역에 대한 갈망이 커젔어요.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이번에 멀티캐스팅도 사실 처음이에요. 좋은 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든든하더라고요.”

내리막길 없이 쭉 전진했다. 위기도 스캔들도 없었다. 여전히 미모의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작품 수도 꾸준하다. 차기작에선 변신에 도전한다.

“과한 스타일링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하고 싶어요. 계속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죠. 거친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차기작이 공개되는 안 됐지만, 확 다를 거예요. 기존의 저를 예상하기 힘들 거예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