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영화계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두 편(파묘, 범죄도시4)이 나왔지만, 전체 관객 수는 떨어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등 이른바 ‘대작’들이 잇달아 개봉했지만, 소위 ‘대박 흥행’과는 담을 쌓았다. OTT와 유튜브 등 자본과 가성비로 대표되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손안으로 침투하면서, 극장이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때문에 극장 사업자들은 트로트 가수나 아이돌 공연 등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다른 콘텐츠 상영으로 눈을 돌린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몰고온 KBO리그도 극장에 진출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생존을 위한 사업모델 다양화로 해석된다.

재미있는 점은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 확보 싸움이 극장을 중심으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대형 옥외전광판, 경기장 스코어보드 등으로 대표되는 상업용 디스플레이가 극장으로 영역을 확장해 대중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글로벌 음향기기 업체인 하만과 손잡고 CGV 용산아이파크몰 2개관을 ‘미래형 인공지능(AI) 영화관’으로 구축했다. 삼성전자의 시네마 네오 LED 스크린(오닉스)에 하만의 고객·공간 맞춤형 음향 솔루션을 결합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공기청정기와 초저전력 디스플레이까지 적용해 ‘극장에서 보는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맞불을 놓았다. LG전자는 21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LG 미라클래스’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2개관에 미라클래스를 설치해 특별관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고, 이달 말까지 1개관을 더 늘릴 계획이다.

두 업체가 집중하는 건 LED가 기존 스크린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기존 영화관은 스크린을 향해 빛을 쏴 영상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LED는 자체 발광하므로 내부에서 바로 영상을 표출할 수 있다.

4K 이상급 해상도를 채택해 초대형 화면도 화질과 색채, 밝기 등이 균일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무래도 더 생생하게 영상을 볼 수 있다. 빛의 굴절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왜곡도 없다. 밀도 채도뿐만 아니라 심도까지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다.

영화계는 “그래도 영화는 계속돼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침체기여서 작품 수가 줄긴했지만, 영화제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OTT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극장에서 봐야 체감할 수 있는 영상미와 감동을 넘어 영화의 본질인 ‘관객의 상상영역’을 자극할 만한 스토리 전개와 연출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기업이 자사 기술을 테스트한다는 건 수익성이 있다는 뜻이다. 기술을 만난 영화관이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