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프로 2년차 김백준(24·속초아이)의 우승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시 세 번째 대회까지 순항하고 서서히 북상한다. 국내 남녀프로골프가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대회 수가 줄었다. 총상금 규모는 비슷하지만, 대회 수가 줄어든 건 이상 신호로 볼 수도 있다. 프로 골프대회는 기업 후원으로 치른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서 기업이 주머니를 닫는 추세라는 게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즌 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 때 국내에서는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해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라는 굵직한 악재가 터져 기업들을 더 위축하게 만들었다. 경기 침체 때는 홍보·마케팅 비용부터 줄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골프대회는 기업 홍보와 사회공헌 차원으로 투자하는 데, 홍보 효과가 도드라지지 않는 현실도 대회 유치에 걸림돌이 됐다. 악재가 꼬리를 문 셈이다.

금융권을 제외하고는 골프대회 유치에 난색을 표한다. 골프에 비교적 진심이던 일부 금융그룹은 남녀 중 한쪽 대회만 치르는 것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여러 뒷말이 있지만, 효용성 측면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대회를 후원하던 기업들도 ‘손절’을 선언하거나 규모 축소를 단행했다. 최근 만난 대기업 핵심 임원은 “골프대회 예산안을 보고하면 ‘꼭 해야하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푸념했다. 수십억원을 들여 대회를 치러도 기업이 얻는 이익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사회공헌 사업 차원이라면, 조금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콘텐츠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오너의 골프사랑만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VIP 고객을 위한 프로암 대회는 꼭 정규투어가 아니어도 치를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골프계에 대거 유입된 MZ세대가 빠르게 이탈하면서 ‘잠재고객 유치’라는 니즈도 사라졌다. 높은 비용과 긴 시간 등은 가치소비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너무 ‘올드스쿨’이다.

적극적인 홍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남녀 협회는 선수들의 집합체인데다 투어 각 대회는 후원사가 달라 독립적이다. 시즌으로 부르지만, 여러개의 개별 대회가 한 해에 열릴 뿐이다. ‘공동체’ 또는 ‘공공재’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다른 프로스포츠와 뚜렷한 차이다.

가까운 예로 18일부터 나흘간 KPGA투어 개막전을 치른 강원도 춘천에서는 대회 소식을 알 만한 현수막 하나 볼 수 없다. 가수 변진섭 콘서트나 프로배구단 현수막, 한중 문화교류제 등은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데, 골프대회와 관련한 홍보물은 전무했다. 심지어 대회장으로 향하는 길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도 입간판하나 안보였다.

남자 골프 개막전을 춘천에서 치른다는 사실을 대중이 모르니, 가뜩이나 열악한 관람 요건은 더 악화했다. 조용한 산속에서 조용히 대회를 치르고, 조용히 시상하는 건 프로스포츠와는 결이 다른 일이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도 골프 대중화보다 파크골프 확산에 열을 올리는 눈치다. 표심을 잡으려면, 타깃층이 확실한 게 이득이다. 골프인구 감소, 손 놓고 있을 문제는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