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매력이 이토록 다양한 배우였나. 가히 ‘젠지 여배우’답다. 가까운 시기에 공개된 두 작품에서 배우 신시아의 역량이 돋보인다. 두 작품은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과 영화 ‘파과’다.

얼굴도 많고 재능도 특출하다. 귀엽고 발랄하다가도 때론 이기적이고 속물적이다. 선과 악이 모호한데 묘하게 끌린다. 어느 순간엔 깊이가 있고, 슬픔의 농도도 짙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코믹한 장면도 여럿 그려낸다. 액션에선 매우 뚜렷한 재능이 엿보인다.

‘언슬전’은 유독 오래 기다렸다. 1년을 꽉 채웠다. 지난해 촬영이 끝났음에도 의료계 전면 파업이라는 사회적 사태와 맞물려 늦춰졌다. 지난해 4월 촬영을 시작한 영화 ‘파과’와 거의 동시에 공개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 작품의 시기가 겹친 게 배우에게 꼭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작품 내에서 워낙 좋은 연기를 펼쳐서일까, 스파크가 더 튀는 모양새다. ‘언슬전’에선 철부지 같지만, 그래도 속마음은 깊은 표남경으로 온갖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파과’에선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의 어린 시절을 맡아 응축된 감정을 쏟아냈다.

결이 다르다. 표남경은 쉼없이 조잘대는 산부인과 1년차 레지던트다. 패션은 화려하고 명품도 좋아한다. 남자친구와 쉼없이 싸우고 겉으로는 “헤어져”를 연발하지만, 속으로는 “다시 돌아와줘”를 되뇌이는 겉과 속이 다른 20대다. 논문을 쓰거나 의사로서 소양을 키우는 것엔 소극적이지만, 환자들을 진심으로 케어할 줄 안다. 장단이 분명하다. 인간적이라서 더 정이 간다.

‘파과’에선 처연하다. 눈밭에서 아사하기 직전일 때 구원을 받았다. 악인을 죽이는 킬러 류(김무열 분)로부터 구해졌다. 류와 함께 지내는 것에 만족하던 중 자신을 겁탈하려던 미군을 죽이고 킬러 본능이 꿈틀거렸다. 볼이 찢겨나가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조차 제법 어울린다. 류로부터 ‘방역’(극 중 살인의 다른 표현)을 제대로 배워 전설이 된다. 워낙 파란만장한 인생인지라 기쁨과 슬픔의 진폭이 크다. 액션은 영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 2022)보다 더 화려해졌다. 신시아를 앞세운 액션이 궁금해졌다.

데뷔작인 ‘마녀2’때만 하더라도 연기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분량과 비중에 비해 대사량이 극히 적었다. 청초한 이미지만 활용됐다.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지만, 잘했다고도 볼 수 없다. 타이틀롤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평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실력을 증명했다. 고민없이 일상의 쾌락에 몸을 맡기는 철부지 20대부터 생과 사의 기로에서 숨죽이며 칼을 가는 킬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매력적인 외형에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췄다 보니 캐스팅 제안이 줄을 잇는다는 후문이다. 여기저기서 신시아의 손을 잡으려고 아우성이다. 라이징스타의 문턱은 이미 넘어선 듯 하다. 훨훨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