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파과’에는 주연 이혜영, 김성철 외 신시아가 출연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신시아는 조각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며 16살에 킬러 세계에 입문하는 것으로 나온다.
‘파과’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조각의 전사를 표현할 배우로 신시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혜영을 닮은 사람을 찾는 건 어려웠다. 딥페이크로 어린 시절을 만들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아주 예쁜 복숭아에서 쭈그러든 복숭아로 변하는 타이틀 장면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조각은 1960년대 가난과 학대를 피해 집을 떠나는 인물로 나온다. 이후 류(김무열 분)를 만나 킬러 세계에 발을 들인다.


민 감독은 “얼마나 스스로를 고립시켰기에 단물이 다 빠진 과일이 되었을까. 이러한 간극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16살 때 모습은 그런 꽃다운 풋풋한 과일이었지만, 마지막엔 파과가 되는 이미지로 차별점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순한 얼굴이다. 킬러 모습은 생소하다. 그렇기에 파격적이다. 영화 속에서 거구의 남성을 쓰러뜨리는 장면 등은 잔상이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표남경 선생을 생각하면 간극이 꽤 크다.
민 감독은 신시아의 분량을 더 늘리지 못해 아쉬워했다. 40대 조각의 모습을 신시아로 해보려 했으나, 어린 얼굴 탓에 중년 모습은 분장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다.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에서 투우가 회상하는 신에서는 신시아가, 조각이 회상하는 신에서는 이혜영이 나오게 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포기했죠. 나이를 올리는 건 너무 어렵더라고요. 얼굴에 주름만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삶이 묻어나야 했거든요.”
결국 이혜영은 60대고, 40대로 내려와야 했다. 여기에도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어린 시절 도영이 킬러 투우를 보고 동경하기 위해선 조각의 남다른 아우라가 뿜어져 나와야만 했다.
민 감독은 “이 아이로서는 조각이 자기 삶을 파괴해 주면서 구원해 주는 해방자였다. 엄마나 모성의 부재를 대체해 주는 개념이 영화적으로 전혀 아니었다”며 “내가 무시무시한 콜드 블러드 킬러가 되면 저분과 함께 동급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도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이런 강박을 가지고 걔는 수십 년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되는 거다. 그렇다면 신시아보다는 이혜영이 맞았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