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승부’가 개봉 44일 만에 넷플릭스에 풀렸다. 별도의 계약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게 넷플릭스 입장이지만, 영화계에서는 이례적인 짧은 홀드백(hold back·극장 개봉 이후 OTT 공개 전까지 갖는 기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승부’는 지난 3월26일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승부’는 213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상영된 영화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통상 비교적 이른 시기에 OTT에 풀리는 영화는 관객 동원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승부’는 흥행작임에도 홀드백이 짧다. ‘승부’가 짧은 홀드백을 재촉하는 신호탄이 될까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경엔 6주 상영 후 넷플릭스 방영 계약 조건이 있다. 당초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투자했다가 넷플릭스로 넘어갔다. 이후 바이포엠스튜디오를 통해 극장 개봉했다. 그 과정에서 6주 후 공개라는 특이 케이스가 생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영 중인 영화고 무료에 가깝게 풀린 것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내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44일 만에 풀리는 건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홀드백을 일률적으로 정하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두 달 정도는 극장 상영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장의 이 같은 위기감은 “조금 있으면 넷플릭스 풀리는데 그때 보자”는 심리에 대한 저항감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소방관’(121일), ‘대가족’(122일), ‘하얼빈’(123일) 등이 대체로 넉 달의 홀드백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승부’는 지난 8일 기준 메가박스(15개관), CGV(12개관), 롯데시네마(7개관) 등 전국 34개관에서 상영 중이라 극장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배급사 입장은 다르다. 극장 관객이 줄고 있어 수익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급사 한 관계자는 “극장에서 최대 매출을 이끄는 게 1순위다. 문제는 관객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무한정 스크린에 걸어둔다고 관객이 드는 건 아니다. 배급사 입장에선 급격하게 변화하는 영화 소비 패턴에 맞춰 여러 채널에 들어가는 걸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도 “올해 영화 박스오피스가 너무 좋지 않다. 배급사 입장에서 지금 극장 걱정해 줄 때가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영화가 인지도가 있을 때 OTT에 탑재하는 게 유리하다. 쿠팡플레이가 쿠팡 정기이용자를 대상으로 ‘검은 수녀들’ ‘히든페이스’ ‘침범’ 등을 72시간 무료 상영이라는 이벤트를 한 것 역시 영화 인기를 OTT로 갖고 오기 위한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극장→ IPTV→OTT로 가는 단계를 거치기에 홀드백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IPTV에서 VOD 결제가 될 만한 작품은 최대한 시간을 끈 뒤에 OTT로 넘어가기 때문에 ‘승부’의 사례만 놓고 홀드백이 짧아질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홀드백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극장-배급사-OTT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지난해 간담회에서 “홀드백 도입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지만, 이해 당사자들 의견 합치가 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난색을 보인 바 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자사 브랜딩을 통해 론칭되는 프로세스를 감안해 달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시청자들에게 훌륭한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자 여러 파트너와 다양한 방식의 수급 계약을 통해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국내 및 해외에 서비스하고 있다”며 “‘승부’ 역시 크레이어터, 파트너들과의 충분한 논의 후 국내 극장 개봉을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