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침체기에 빠진 국내 영화계가 이른바 트럼프발 ‘관세 칼춤’에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해외 제작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파문이 예상된다.

국내 영화계는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영화관 전체 매출은 1조1945억원으로 2023년보다 5.3% 감소했다. 관객수 역시 1억2313만명으로 2023년보다 1.6% 줄었다. 최고 호황기를 누린 2019년에는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9140억원으로 최대치를, 관객수 역시 2억2668만명으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을 거치며 OTT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됐고, 영화관 대신 집안이나 모바일 등으로 영화를 포함한 영상콘텐츠를 시청하는 흐름으로 돌아섰다. 엔데믹(풍토병) 전환 후에도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설상가상 영화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제작 편수가 급감해 올해 1분기 관객수는 208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7%나 줄었다.

위기를 느낀 영화관 업계는 최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스크린 수가 1682개로 늘어나 부동의 1위였던 CJ CGV(1345개)를 넘어서게 된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억원에 불과했고, 메가박스는 영업손실이 134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이 합작 법인을 설립해 중복 투자와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얼어붙은 영화 투자 심리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고로 CJ ENM이 8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영화·드라마부문 매출은 3159억원, 영업손실 2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감소한 수치다. 스크린 수 확장보다 ‘관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것’이 더 시급한 게 영화관이 처한 현실인 셈이다.

이런 상황 속 트럼프발 ‘관세 칼춤’이 영화계까지 영향을 끼치면, 산업은 더 위축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의 영화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영화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더불어 해외 영화계와 합작 및 협업도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업계 주가가 2~3%가량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국내 영화의 해외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남짓.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