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안무, 불편함 아닌 이상
현실 부정이 낳은 꿈속에서의 호소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연극 ‘렛미인’이 9년 만에 다시 정식 무대에 올랐다. 기존 흡혈귀의 공포가 아닌 영생을 가진 뱀파이어와 10대 소년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순수한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와 무브먼트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을 나타내는 움직임은 마치 블랙홀에 빠지듯 신비롭고 매끄럽다.
김준태 무브먼트감독은 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렛미인’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 중 하나인 ‘오스카(안승균·천우진 분)’와 ‘엄마(박지원 분)’의 침대 신에 대해 설명했다.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는 ‘오스카’는 알코올중독 자인 ‘엄마’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잠든 ‘오스카’의 좁은 침대에 같이 누워 잠을 청한다. ‘엄마’는 ‘오스카’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그런 ‘엄마’를 ‘오스카’는 안고 놓기를 반복한다. 서로를 지탱하고, 손도 맞잡는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려는 모습은 아니다.
해당 장면 해석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김 감독은 “침대는 ‘꿈’을 나타낸다. 꿈속에서 만나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이상’을 표현한다. 그 안의 심리적 작용을 보면, 서로 당기지 않고 밀어내고 있다. 불편한 심리와 꿈꾸는 이상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속옷만 입은 아들 ‘오스카’와 그의 품에 파고들려는 ‘엄마’의 모습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흔히 보지 못한 생소한 안무일 것이다. 어쩌면 섹슈얼하게 느끼는 관객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잘 보면 서로 잡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고 전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의 고요한 하소연이었다. 김 감독은 “애써 손을 잡으려고 한다. 또 안으려고 하지만 그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꿈속 공간에서만 함께 하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 서로 아끼지만, 서로 밀접하지 못하고 밀어내고 있다”며 “안무가 스티븐 호겟은 심리적 분석 표현에 있어 천재”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많은 신에서 인물의 심리상태를 대사 대신 몸으로 표현한다. 이를 단순히 현대무용이라고 말하기엔 오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정글짐을 사선으로 넘나드는 ‘일라이(권슬아·백승연 분)’의 동작은 아름다운 선의 흐름과 같다. 하지만 숲속 자작나무를 찌르고, 가로질러 뛰는 장면에서는 분노와 공포가 느껴진다.
한 공간에서 복잡 미묘한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실제 무대 위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공연 중 높고 단단한 자작나무에 부딪혀 부상의 위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을 거듭해 안무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 감독은 “5년 전 작품을 트라이(Try)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공연하지 못했다. 10년 만에 새로운 감이 있다”며 “제작진과 배우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땀을 굉장히 많이 흘렸다. 무브먼트를 더한 것들이 있어, 배우들이 힘들어했다. 열심히 버텨준 배우들에게 고맙다. 공연장에서 꼭 확인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초월적 사랑 이야기 ‘렛미인’은 8월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