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슬아, 초연 이어 재연 합류
백승연, 5년 전 고배 후 연극 데뷔
고독한 아이의 슬픔…흐트러짐 없는 동작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연극 ‘렛미인’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9년 만에 정식 무대에 올랐다. 단지 작품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완벽한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함께 귀환했다.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0대의 몸으로 영생하는 뱀파이어 ‘일라이’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대 소년 ‘오스카’의 초월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초연 후 2020년 재연이 예정됐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도하차했다. 이로부터 5년 후인 2025년, 지난 아쉬움을 벗어 던지고 10년 전의 배우들과 10년 후의 배우들이 만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공연 소식에 오디션 현장에 수많은 배우가 줄을 이뤘다. 특히 ‘일라이’ 역을 따내기 위한 경쟁은 570대1로 치열했다. 격렬한 오디션 전투 끝에 권슬아와 백승연이 승리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일라이’는 140분 공연을 끌고 가야 하는 능력과 체력이 필수이면서도 굵고 가냘픈 안무까지 소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장점으로 가진 권슬아와 백승연은 ‘일라이’의 ‘끝판왕’이었다. 오디션장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일라이’로 지목됐다.
이지영 국내협력연출은 “루크 커너 해외협력연출과 ‘일라이’ 들어왔다고 했다. 몇백 살을 산 사람의 고요함, 그리고 고독한 아이의 슬픔이 있어야 한다. 또 신체도 잘 써야 한다. 두 분을 보자마자 낙점했다”라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김준태 무브먼트 감독은 “(권)슬아는 5년 전과 다시 본 5년의 세월 동안 몸이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아니었다. 들어올 때부터 ‘일리아’가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백)승연는 먹혔다. 열정과 의욕이 넘쳤다. 오디션 현장을 봤으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좋은 인상을 줬다”고 소개했다.

제작자들의 마음을 훔쳤지만, 두 ‘일리아’는 걱정이 많았다. 권슬아는 다시 서는 무대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백승연은 5년 전 최종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어 간절했다. 여느 오디션 지원자와 같이 간절함이 컸다. 필살기보단 순간 괴력을 발휘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권슬아는 “어떻게 ‘일라이’ 역할을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작업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도 있지만, 첫 번째로 인간 같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척추를 가진 동물이 사냥감을 노릴 때의 움직임을 오디션 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를 좋게 봐준 것 같다”며 “‘오스카’ 역과 1대1 연기와 움직임을 같이 했다. 같이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을 믿으면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말했다.
‘렛미인’으로 데뷔한 백승연은 “작품과 인연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6살 때 ‘렛미인’을 보고 너무 좋았고 소중함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5년 전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때 아쉬운 마음에 다음 공연이 올라오면 무조건 해야겠다며 신시컴퍼니(제작사) 홈페이지 공고를 매일 봤다. 꿈만 같던 오디션을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잘 봐준 것 같고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오디션 현장에서 ‘오스카’ 역 천우진과 호흡을 맞췄다는 백승연은 “반짝거리는 마음이 나랑 같아 시너지가 난 것 같다. 같이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두 배우가 맡은 ‘일리아’에 대해 권슬아는 “초현실적인 다른 세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감정과 생각의 흐름대로 말투를 따라 한다”고 설명했다. 벡승연은 “‘일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 다른 세계의 인물 같아서 어렵고 낯설었다. 인간도, 동물도 아닌 뱀파이어를 만들어낸, 실재하지 않은 유니콘 같은 환상 같은 존재다. 어쩌면 고귀하고 하찮지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존재다. 어쩔 땐 연민을 느끼지만, 아름다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오른 ‘렛미인’은 8월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