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2025 KBO리그 전반기를 상징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치열’이다. 순위싸움이 뜨겁고 또 뜨겁다. 한화가 순위표 최상단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2위부터 8위까지도 ‘난리’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가장 돋보인 팀은 역시나 한화다. 무려 33년 만에 전반기 1위다. 지난 6일 고척 키움전에서 승리하며 확정했다. 1992년 6월18일 이후 1만2071일 만이다.

8일 홈 KIA전에서 승리하면서 올시즌 가장 먼저 50승을 올린 팀도 됐다. 역대 50승 선착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71.4%에 달한다. 35번 가운데 25번이다.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강력하다. 폰세와 와이스는 동반 10승도 달성했다. 구단 역사상 전반기에 10승 투수 2명이 나온 것은 역대 세 번째다.

불펜도 김서현을 필두로 파이어볼러가 가득하다. 타선도 채은성-문현빈-노시환 등이 중심을 잡는다. 대체 외국인 타자 루이스 리베라토 또한 맹타. 투타 밸런스가 좋으니 성적까지 나온다. 시전 전에는 ‘다크호스’라 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가장 강하다.

대신 마냥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3~5경기 차이는 요즘 한 시리즈 치르면 또 상황이 달라진다. 선수들이 잘해서 전반기 1위 했지만, 끝났을 때 성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격자도 만만치 않다. LG와 롯데, KIA가 2위 자리를 놓고 다툰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뀐다. 나아가 1위 한화도 넘볼 수 있다. 지금이야 1위와 2위 승차가 3경기 전후지만, 일주일 전만 해도 선두 싸움조차 ‘박빙’이었다.

LG는 시즌 초반 ‘절대 1강’ 포스를 뿜어냈다. 어느 순간 기세가 꺾였다. 주축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졌다. 요니 치리노스-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듀오도 마뜩잖다. 임찬규-손주영-송승기 없었으면 더 크게 떨어질 뻔했다.

롯데와 KIA도 줄부상에 울었다. 그러나 ‘상동 자이언츠’가 거인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줬다. ‘함평 타이거즈’ 또한 호랑이 포효에 힘을 실었다. 이가 빠져도 ‘강철잇몸’이 버틴 셈이다. KIA 이범호 감독은 “지금 선수들로 이 정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아래도 빡빡하다. SSG-KT-삼성이 촘촘하게 붙었다. 0.5~1경기 차이다. 8위 NC가 처지는 듯했으나 다시 힘을 냈다. 그사이 삼성이 주춤하면서 격차가 다시 줄었다. 넓게 보면 NC까지도 경쟁자다.

SSG는 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 원투펀치가 강력하다. 부상으로 빠졌던 기예르모 에레디아도 감을 찾았다. 한유섬도 부진에서 벗어났다. KT 역시 강력한 마운드 힘을 바탕으로 순위 싸움을 이어간다.

삼성은 고질적인 불펜 문제를 안고 있다. 타선도 들쑥날쑥하다. 한때 3위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진 상태. 어쨌든 버티고는 있다. 조화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다. NC는 로건 앨런-라일리 톰슨에 타선의 힘을 앞세워 추격전을 이어간다.

9위 두산과 10위 키움은 순위 경쟁에서는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오명진, 박준순 등 새 얼굴은 반가운데, 팀 전체 전력이 썩 좋지 않다.

키움은 외국인 농사에 사실상 실패했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으나 한계가 명확하다. 2할대 승률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는 ‘공포감’까지 감돈다. 후반기는 달라져야 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