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립 통일론’ 선각자의 삶, 오늘날 다시 조명되다
권태면 작가, “김용중 선생의 삶과 사상은 오늘날 남북 관계가 교착된 현실 속에서 다시 되새겨야 할 가치가 있다”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분단 77년,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러한 시점에, 평생을 ‘영세 중립’ 통일운동에 바친 재미 동포 독립운동가 귀암 김용중 선생(1898~1975)의 삶을 다룬 전기소설 ‘가지 못한 길’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 권태면 전 대사는 외무고시 13회 수석 합격으로 외교관에 입문해 칠레·아르헨티나·콜롬비아·스페인·뉴욕 유엔대표부·폴란드 등지에서 근무했으며, 외교부 북한과장·통일부 국장을 역임했다. 또한 KEDO 북한 주재 대표로 함경도에서 2년간 활동했고, 이후 워싱턴 총영사, 코스타리카 대사를 지내며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를 직접 다뤄온 북한 전문가다.
‘가지 못한 길’은 충남 금산에서 인삼 농가의 아들로 태어난 김용중 선생은 독립의 꿈을 품고 상하이로 건너가, 여운형 선생의 소개로 미국에 건너가게 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독립운동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을 막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영세 중립’ 노선을 주창했으며, 이는 훗날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김 선생은 해방 직후 “분단은 내전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하며, 전쟁을 막기 위해 분단 해소 방안을 역설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그는 해외에서 평생 통일운동을 이어갔다. 또한 미국에서 독재 정권(이승만·박정희)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후에도 오랫동안 유해가 봉환되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권태면 작가는 “김용중 선생은 해외에서 객관적으로 조국을 바라보며 ‘중립만이 온전한 독립과 통일의 길’임을 역설한 선각자”라며, “그의 삶과 사상은 오늘날 남북관계가 교착된 현실 속에서 다시 되새겨야 할 가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가지 못한 길’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통일운동가의 삶을 소설적 구성으로 재조명하면서,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사 속 미완의 과제를 다시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통일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대적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sangbae030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