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임 감독으로 김원형 선임
두산 “조성환과 동행 이어가고파”
조성환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향후 거취요? 우선 짐부터 빼려고요(웃음).”
두산 감독 자리가 정해졌다. 이제 남은 건 ‘조성환 대행의 선택’이다. 올시즌 위기의 팀을 추스른 지도자다. 그러나 새 사령탑이 오면서 갈림길에 섰다. 조성환(49) 감독대행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은 20일 김원형(53) 감독을 제12대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했다. 계약 조건은 2+1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각 5억원)이다. 김 감독은 SSG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이끈 검증된 지도자다. 구단은 “투수 운영과 육성 능력을 인정받았다. 젊은 선수들의 경쟁을 통한 전력 재건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성환 대행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두산은 내부적으로 그의 공헌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조성환 감독대행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팀을 잘 추스르고 시즌을 완주했다. 구단은 함께하고 싶은 의지가 크다. 어떤 형태로든 제안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타 구단에서도 분명히 제의가 갈 것이다. 결국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환 대행은 지난 6월 초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 초반이었다. 남은 경기만 86경기였다. 분위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남은 경기, 팀을 바로 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당시 두산은 리그 하위권으로 처져 있었다. 조 대행은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다독이며 균형을 잡았다. 86경기에서 38승3무45패(승률 0.458)를 기록했다.
비록 가을야구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후반부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세대교체의 토대’를 닦았다. 팀이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다시 방향을 잡은 점이 구단 내부에서도 높게 평가됐다.
올시즌 신인인 박준순 역시 “조성환 감독대행께서 늘 옆에서 말없이 도와주신다. 배려가 많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젊은 선수들이 잘 따른다”고 말했을 정도다.

조성환 대행은 담담했다. 스포츠서울과 전화에서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젊은 선수들과 열심히 해봤지만, 세밀한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아직은 생각 정리가 안 됐다. 감독 선임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돼서, 우선 야구장에 있는 제 짐부터 빼려고 한다(웃음). 짐 빼다 보면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거취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그는 “두산의 제안도, 다른 구단의 오퍼도 차분히 보고 생각하겠다. 감독대행으로 보낸 시간이 의미 있었다. 감사하다”고 했다.

조성환 대행은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두산에 남아 또 다른 역할을 맡을지, 새로운 길을 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올시즌 두산이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 그 중심에는 조성환이 있었다. duswns0628@sports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