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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똑 들어맞았다.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K리그 신생팀 서울이랜드FC가 역사적인 개막전에서 팬 서비스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일부 행정과 경기력에선 물음표를 남겼다. 고대하던 프로축구 강남시대를 여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서울이랜드는 29일 낮 12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5’ 2라운드 안양과 홈개막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라운드와 간격을 6m로 좁힌 5216명을 수용하는 가변좌석엔 4342명이 들어찼다. 선수의 숨소리까지 들을만한 거리에서 관중들은 90분 내내 환호했다. 이날 박성경 이랜드 구단주를 비롯해 김종 문체부 제2차관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허정무 K리그 부총재 등이 자리를 빛냈다. 반면 연고지역 수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방문을 계획했다가 돌연 취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팬은 곧 왕’ 약속을 지키다
개막전도 기존 K리그 구단이 시도하지 않은 콘텐츠로 눈길을 끌었다. 팬은 곧 왕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왕의 행진’, 홈구장과 300여 m 떨어진 2호선 종합운동장역엔 마칭밴드가 공연하며 팬을 모은 뒤 레울파크까지 행진했다. 수줍어하던 팬도 하나 둘 가세했다. 입장 게이트 주변엔 구단 마스코트 등이 관중 맞이에 한창이었으며 장내에선 각종 포토 이벤트 코너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변좌석 주변엔 음식과 맥주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을 배치해 가족, 연인 단위로 손을 잡고 이동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옆에 있는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보다 2시간 앞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야구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에 온 팬도 다수 보였다. 골대 뒤에 있는 박스 스위트와 3층 스탠딩 라운지에서 자유롭게 관전하는 팬을 보노라면 메이저리그 구장에 온 느낌이 났다. 서울이랜드 유니폼을 입은 김선겸(31)씨는 “수도권 팀 경기장을 다 가봤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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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쌘 놈’ 안양 만나 호된 신고식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패스워크의 공격 축구를 선언한 레니 감독. 아직은 미완성에 가까웠다. 안양과 같은 12개의 슛을 때렸으나 유효 슛은 4개에 불과했다. 수문장 김영광을 비롯해 김재성 조원희 등 베테랑에게 의존도가 컸다. 전방에 선 라이언 존슨과 보비 등 외국인 공격수들은 힘 있는 안양 수비에 고전했다. 오히려 안양이 수원FC전 3-0 대승의 기운을 받아 효율적인 역습으로 맞섰다. 김재성이 전반 37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4분 김선민의 빠른 발을 잡지 못하며 왼발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막판까지 안양의 공세가 거셌다. 레니 감독은 “첫 경기여서 선수들이 긴장했다. K리그 팀의 수준이 꽤 높다. 앞으로 전방 압박과 문전 유효슛을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며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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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기치 않은 팬 난동…통천은 어디로?
킥오프 호루라기가 울린 뒤 E석 메인 스탠드 한쪽이 소란스러웠다. 서울이랜드 서포터 그룹을 자처하는 일부 팬이 구단에서 별다른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었다. ‘팬 의견 무시하는 이랜드’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구단에서 서포터를 별도로 운영할 계획 등을 갖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항의하는)팬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 명확하게 밝히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또 이랜드는 애초 메인 스탠드 뒤쪽에 구단 엠블럼을 새긴 통천을 설치해 몰입도를 강화하려고 했으나 전면 취소했다. 가변좌석을 설치했지만, 기존 7만석 규모의 뻥 뚫린 좌석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라운드 주변 안전요원과 구단, 방송 관계자 등이 육상 트랙에 몰려드는 등 동선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우형 안양 감독은 “막으려면 확실히 막던가 해야지 어수선한 느낌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잠실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